이렇게 생각하는 내 마음이 상당히 슬프긴 해도, 이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친구 관계에 작별을 고할 때를 아는 것은 계속이어갈 때를 아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다. 나는 호프를 한때잘 작동했던 관계, 저만의 장소와 시간 안에서는 아주 아름답게 작동했던 관계라는 작지만 소중한 범주로 분류하게 될 것 같다. 한줌의 옛 직장 동료들도 이 범주에 속한다. 직장이라는 전쟁터에서어깨를 걷고 싸웠던 사람들, 내가 존경하고 동경했던 사람들, 하지만 우리가 모두 전쟁터를 떠나고 나서는 관계가 끊어진 사람들. 재활원에서 만났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들과 내가 공유했던 경험은 너무나 독특하고 특정 맥락에 좌우되는 것이었기에, 그 유대감은 우리가 병원에서 걸어 나오기가 무섭게 거의 즉시 사라졌다.
어쩌면 호프와 나는 서로에게 놀랍게도 앞으로 오랫동안 연락하고지낼지도 모른다. 우리의 우정이 또 다른 종류의 작지만 소중한 범주, 즉 일상적 접촉이나 지리적 근접성이 없어도 살아남는 관계라는 범주로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이 가능성이 현실이 될 만큼 우리가 오래 알고 지내진 않았고, 공통의 역사를 충분히 쌓지도 못했다. 그러니 처음에는 상황적 친구였고 그다음에는마음의 친구였던 내 친구 호프는 이제 과거의 친구가 될 것이다.
훗날에도 내가 순수한 애정으로 똑똑히 기억할 친구가. - P71

이것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어떤 우정은 반드시 끝나야 하고(술친구가 그런 예다), 어떤 우정은 그저 신상이나 환경의 변화를이겨낼 만큼 역사나 애정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에 끝난다. 하지만또 어떤 우정들은 훨씬 더 아깝게 죽는다. 질투나 불안이나 함께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갈 마음을 내지 않은 탓에, 내 오래된 여자친구 하나가 별로 훌륭하지도 않았던 자기 남자친구와 헤어진 일을내 부모의 죽음에 비교했을 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두고 봐, 다시는 이 애한테 전화하지 않을 거야. 내가 그 다짐을 완벽하게 지키진 못했지만, 나는 그 비교를 머릿속에서 감정이입의 실패 사례 칸으로분류한 뒤 그 친구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도 처리하지 않고 그냥 손을 뗐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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