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

속삭임은 두 주째, 혹은 세 주째쯤에 시작된다.
처음에는 이렇게 지적한다. ‘너 요즘 혼자 보내는 시간이 엄청 많구나. 안 그래?‘
그러고는 이렇게 말한다. ‘맘 편한 일이야. 그렇지? 보호받는느낌. 안전한 느낌이 들잖아.‘
마지막으로 이렇게 유혹한다. ‘더 이 편안하고 고독한 상태를더 이어가자. 바깥세상은 무섭고 위험이 가득해. 그러니까 그냥 여기 있자. 혼자서 안전한 곳에‘
이것은 고립의 목소리, 설득력 있고 음흉한 목소리다.
나는 이 목소리를 많이 듣는다. - P15

우리는 고립을 지리와 상황의 결과로 여기곤 한다. 혼자가 된과부, 남편은 죽고 아이들은 다 자란 여자, 그는 고립된 사람이다.
늙고 쇠약한 사람, 아예 물리적으로 바깥세상에 나갈 수 없는 사람, 그들은 고립된 사람이다. 하지만 고립은 또한 마음의 상태일수 있고, 실제로 종종 그렇다. 칩거해야 한다는 생각이 선택을 결정짓는 상태인 것이다. 마치 당신이 심연으로 추락하는 것처럼, 나는 고립으로 추락한다. 어둡고 비자발적인 추락은 가속이 붙어, 내가 저지하기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나는 혼자 있기를 선택하고, 그 선택을 연속 열 번이나 열다섯 번이나 스무 번쯤 하고 나면, 더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 P16

지금 마흔여섯인 그레이스는 여전히 금요일 밤에 혼자 닭 요리로 저녁을 먹고 TV를 보면서 보내는 날이 많다. 하지만 걱정은누그러졌다. 그를 은둔으로 몰아넣었던 두려움, 자신이 세상으로부터 무방비 상태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누그러들었기 때문이다. 그레이스는 예전보다 더 바람직하고 더 풍요로운 친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흥미로운 데다가 생계가 되어주는 일을 갖고 있다. 좋은 심리치료사 덕분에 자신을 훨씬 더 잘 인식하게 되었고, 자신에게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것을 자신이 즐긴다는 사실도 더 또렷하게 느끼게 되었으며, 그 시간에서공허함이 아니라 뿌듯함을 느끼는 능력도 더 기르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고독과 고립의 차이다. 고독은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고립은 무섭다. 고독은 우리가 만족스럽게 쬐는 것이지만, 고립은 우리가 하릴없이 빠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차이가 늘 분명하거나 선명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두 상태가 늘 배타적인 것도 아니다. 고독은, 내 경험상, 자칫하면 미끄러지는 경사로다. 처음에는 안락하게 느껴지지만, 종종 아무런 경고도 자각도 없이 훨씬 더 어두운 것으로 변신할 수있는 상태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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