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엘리너는 갈등 후 적수 사이에 이뤄지는 접촉은 다른 경우보다도 훨씬 더 강렬하며, 키스가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는 적당한 단어가 ‘화해(reconciliation)‘이지만이런 용어는 침팬지를 필요 이상으로 인간화한다는 이유로 사용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왜 있는 그대로 ‘싸움을 한 뒤의 첫 접촉‘이라는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하면 안 되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객관성을 바라는 입장에서 보면 키스는 단지 ‘입과 입의 접촉‘, 포옹은 ‘어깨 부위에 팔을 걸치는 것‘, 얼굴은 ‘주둥이 부위‘, 손은 ‘앞발‘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탈인간적인 용어를 선호하는 동기 자체는 받아들일 수있다. 하지만 그 동기 때문에 침팬지가 우리한테 내미는 거울을 언어로가려서야 되겠는가? 또한 인간의 위엄을 지키려고 모래 속에 머리를 처박아서 되겠는가? - P60

화해는 아른험에서의 연구 초기부터 인기 있는 연구 주제였다. 이현상은 포획된 침팬지와 야생 침팬지를 가릴 것 없이 영장류에게서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지금은 영장류들이 화해를 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오히려 의문점은 어떤 상황에서 화해가 이루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가장 유력한 생각은 화해가 가치 있는 관계를 회복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종마다 친밀한 관계와 협력적 동반자 관계에 있는 개체들에게서 화해에 이르는 모습이 쉽게 관찰되는이유를 설명해줄 것이다.
나는 영장류들의 평화구축(Peacemaking among Primates)》에서 그증거를 검토해보았다. 침팬지와 가장 가까운 종인 보노보(bonobo)는 침팬지의 화해 행동과는 달리 성 행동을 통해 화해를 이끌어낸다. 예컨대, 보노보들은 싸움이 끝난 뒤에 이성간이건 동성간이건 상관 없이 성행위를 하거나 성행위를 흉내 내거나, 혹은 서로의 성기를 접촉하는 일종의 화해의식을 벌인다. 이렇게 접촉하는 이유는 침팬지들과 동일하다.
두 종 모두 갈등을 해결할 필요성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 P62

침팬지들 사이에서 놀라운 사회적 조작의 사례를 많이 목격한 나는 침팬지에게 단순히 ‘고도로 지능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침팬지가 다른 동물에게는 없는 것처럼 보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목적성을 가지고 생각하는(think purposefully)‘ 능력이다.
쥐에게 먹이를 얻기 위해 페달을 누르도록 훈련을 시켜보자. 배가고파지면 페달을 누를 것이고 배가 부르면 멈출 것이다. 쥐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단지 페달을 누르면 먹을 것이 나온다는 것을 다소 우연하게 발견한 때문이고, 페달을 누름으로써 음식이 나온다는 사실을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침팬지는 어떤 행동이 어떤 결과를 야기할 것인지를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도 목표 지향적으로 행동한다. 그들은 즉석에서 효과적인 해결책을 금세 궁리해낼 수 있는 것 같다. 예를들면 사례 1에서 테펄이 마마를 깨워 두 새끼들이 싸우는 것을 가리키거나, 사례 3처럼 테펄이 아들을 조용히 있게 하는 경우이다. 그와 같은행동이 자기를 어려운 상황에서 구출해낸다는 사실을 테펄이 우연히 발견할 개연성은 매우 적다. 단순히 기억력이 좋다는 것 이상으로 고도의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 P7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