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어요. 그들이 아주 결연한 표정을 지었던 게 기억나네요. 말하자면 ‘우린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하고 있다.‘라는 표정이었어요. 허튼수작 말라는 태도였지요. 전 그들이 리아를 정말 아낀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이를 돌보기 위해 부모로서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는 느낌이었지요. 적어도 전 그렇게 느꼈어요. 화가났던 기억은 없어요. 그보다는 서로 세상을 보는 방식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며 약간의 경외감을 갖게 됐지요. 전문가의 의견에 단호히 맞설 수 있는 그들의 행동은 저한테는 아주 생소한 것이었어요. 닐과 페기는 모두가 인정하는 이 지역 최고의 소아과 의사인데도 리아의 부모는 조금의 주저도 없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어요. 약 복용량을 바꿔달라고 하는 등 자신들이 보기에 옳은 것을 거침없이 주장할 줄 알았지요. 또 하나 그들과 제가 달랐던 건 그들은 제가 보기엔 큰 재앙이다 싶은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듯했다는 점입니다. 그 사람들이 보기에 문제는 치료였지 뇌전증이 아니었어요. 저는 발작은 멈춰야 하고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는 엄청난 책임감을 느꼈는데, 그들은 그럴 수도 있다는 태도였어요. 우리가 모든 걸 통제할 수는 없다는 식이었지요." - P99

"언어장벽은 가장 분명한 문제이긴 해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어요. 제일 큰 문제는 문화장벽이었으니까요. 몽족을 대하는 것과 이외의 환자를 대하는 데는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무한한‘ 차이라고 할까요."
댄 머피는 이렇게 말했다.
"한마디로 몽족에겐 제가 가지고 있는 개념이 없었어요. 이를테면 췌장에 문제가 있어 당뇨를 앓는다는 얘기를 몽족에겐 할 수 없었지요. 그들에겐 췌장을 가리키는 말이 없거든요. 췌장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죠. 그들 대부분에겐 동물에게 있는 기관이 사람에게도 있다는 개념이없어요. 사람이 죽으면 해부하지 않고 그대로 묻으니까요. 심장의 경우엔박동을 느끼기 때문에 그들도 알았어요. 하지만 그 밖의 것, 그러니까 폐같은 기관은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었지요. 폐를 본 적이 없는데 그 존재를어떻게 직관으로 알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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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세계대전의 여파로 엄청난 정신적 외상을 입은 난민들에게서 신체화 장애 발병률이 대체로 높게 나타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는 심리적인 문제가 신체적인 장애로 나타나는 것이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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