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와서 방해됐어?"
리스베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욕조 안에 있었어요."
"응 그래 보였어. 잠시 같이 있어줄까?"
그녀는 싸늘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욕조 안에 같이 들어가겠다는 게 아냐. 베이글을 좀 가져왔다고."
그가 봉지 하나를 보이며 말했다. "에스프레소용 원두도 좀 사왔어. 주방에 쥐라 엥프레사 X7을 갖췄으면 적어도 사용법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할 거 아냐?"
그녀는 눈썹을 움찔 들어올렸다.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실망인지, 혹은 안도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냥 같이 있기만 하는 거죠?"
"그냥 같이 있기만 하는 거야." 그가 확실히 말했다. "난 좋은 친구를 방문한 다른 좋은 친구일 뿐이야. 환영해야 할 손님이라고."
리스베트는 잠시 망설였다. 지난 이 년간 그녀는 미카엘을 최대한 멀리해왔다. 하지만 인터넷상에서나 실제 삶에서나 마치 신발 밑에붙은 껌처럼 그는 언제나 그녀에게 들러붙었다. 인터넷상에선 문제될 게 없었다. 거기서 그는 전기와 텍스트에 지나지 않으니까. 하지만 문밖에 펼쳐진 실제 삶에서는 여전히 매력적인 빌어먹을 남자였다. 그는 그녀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그의 비밀을 다 알고 있듯이.
리스베트는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제 더이상 그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음을 확인했다. 적어도 그런 감정들은.
올해 내내 그는 진정으로 그녀의 친구였다.
그녀는 그를 신뢰했다. 어쩌면 자신이 애써 피하려는 사람이 한편으론 자신이 신뢰하는 몇 안 되는 이들 가운데 하나라는 건 짜증나는 일이었다.
그녀는 결심했다.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행동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었다. 그를 봐도 더이상 아프지 않았다.
리스베트는 문을 열어 다시 한번 자신의 삶 안으로 그를 받아들였다.

밀레니엄 3권 끝. - P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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