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오펜하이머와 그로브스는 원자 폭탄을 만들기 위한 독일과의 경주를 이끌어 나갈 완벽한 콤비였다. 오펜하이머의 스타일인 카리스마적 권위가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적절했다면, 그로브스는 위협함으로써 권위를 행사했다. 하버드 출신의 화학자인 조지 키스티아롭스키(George Kistiakowsky)는 "그로브스가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부하들에게 겁을 줘서 맹목적으로 복종하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라고 기억했다. ‘서버는 그로브스가 "그의 부하들에게는 가능한 한 심술궂게 대하는 것을 방침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오펜하이머의 비서인 프리실라 그린 더필드(Priscilla Green Duffield)는 장군이 항상 그녀의 책상을 지나쳐 가면서 인사도 없이 "얼굴이 더럽군."과 같은 무례한 말들을 던졌다고 기억했다. 그로브스의 이런 교양 없는 행동은 메사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만이었고, 이는 오펜하이머에게 향할 비판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그로브스는 오펜하이머에게만은 그러지 않았는데, 이는 그들 사이의 관계에서 오펜하이머가 가진 영향력을 보여 주는 척도이기도 했다.
오펜하이머는 그로브스를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해냈다. 그는 장군이 원했던 대로 능숙하고 효율적인 행정가로 거듭났다. 버클리에 있을 때 그의 사무실 책상 위에는 보통 종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로스앨러모스에서 오펜하이머 가족의 가까운 친구가 된 버클리 출신 내과 의사 루이스 헴펠만은 오펜하이머가 메사에서는 "종이 한장 없는 깨끗한 책상을 유지했다."라고 말했다. 외모도 변했다. 오펜하이머는 그의 긴 곱슬머리를 잘랐다. 헴펠만은 "그가 머리를 너무 짧게잘라서 알아보지 못할 지경이었다."라고 기억했다. - P350

오펜하이머가 공산당원으로 알려진 진과 만났다는 보고서는 워싱턴으로 전달되었고, 곧 그녀가 소련 정보 기관으로 원자 폭탄과 관련된 기밀을 전달하는 통로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샀다. 진의 전화를 감청하는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1943년 8월 27일 작성된 문서에서 FBI는 오펜하이머가 "그녀를 중개자로 이용하거나, 그녀의 전화로 코민테른 조직과중요한 통화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1943년 9월 1일, FBI의 수장인 에드거 후버는 법무장관에게 보내는편지에서, 그들의 소련 코민테른 첩보 요원들에 대한 수사 결과 "진태트록은 우리 나라의 전쟁 준비 노력에 관한 비밀 정보를 가진 사람의정부(情婦)가 되었음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후버는 진이 "샌프란시스코 지역 코민테른 조직원들의 연락책이며, 그녀는 관련자로부터 비밀정보를 빼낼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조직의 첩보 요원들에게 그 정보를 전달해 줄 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후버는 "코민테른 조직 첩보 요원들의 신원을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그녀의 전화를감청할 것을 제안했고, 그해 늦은 여름 무렵 육군 정보처나 FBI에 의해도청기가 설치되었다.
오펜하이머가 진과 하룻밤을 보낸 지 2주 후인 1943년 6월 29일, 서해안 방첩 대장인 보리스 패시 중령은 펜타곤에 보낸 메모에서 오펜하이머의 비밀 취급 인가를 취소하고 현재 직위에서 해고할 것을 요구했다. 패시는 오펜하이머가 "여전히 공산당과 연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가 가진 것은 모두 정황 증거에 불과했다. 그는 오펜하이머가 진을 방문한 사실과 "버나데트 도일과 스티브넬슨과 연락을 주고받는 공산당원인" 데이비드 호킨스와의 전화 통화를 증거로 들었다. - P361

기묘한 인터뷰였다. 이 인터뷰는 나중에 오펜하이머를 파멸로 몰아넣게 될 것이었다. 그는 육군 정보 장교에게 첩보 활동이라는 적신호를보냈고, 엘텐튼을 용의자로 지명했으며, "결백한" 익명의 중재자가 역시 결백한 몇 명의 과학자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판단에 확신하기 때문에 이름을 거명할 필요는 없다고 패시를 안심시켰다.
오펜하이머는 몰랐겠지만, 이 대화는 한마디도 빠짐없이 녹취되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녹취록은 오펜하이머의 보안 파일에 들어갔다.
나중에 그가 접근 방식들(두 번인지 세 번인지는 확실치 않지만)에 대한 보고가 부정확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에(자신도 그 출처를 설명할 수 없는 ‘황당무계한‘ 이야기) 그는 자신이 패시에게 거짓말을 했는지, 아니면 패시에게는 진실을 말하고 나중에 거짓말을 했는지 증명할 길이 없었다. 그것은 그가 모르고 시한폭탄을 삼킨 것과 같았다. 그것은 10년 후 폭발할것이었다. - P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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