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물질을 제품에 첨가하는 것은 식품 기업에게 언제나까다로운 일이었다. 1990년 이전까지 기업들은 광고에 선전 문구를 마음대로 써넣을 수 있었다. 이에 미국 의회는 FDA에 이런 기업의 재량을 제한하고 칼슘을 첨가해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든지 포화지방을 줄여 심장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든지 같은 실제 과학적근거가 있는 주장만 할 것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오늘날 식품 기업들은 FDA를 압박하여 이 제재를 다시 완화하려 하고 있다. "제품 포장에 쓰인 선전 문구들은 이른바 절단 효과가 있습니다." 한 FDA 연구원이자 사회학자는 최근 있었던 청문회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다시 말해 제품 겉면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어떤 문구가 쓰여 있으면소비자들은 라벨의 영양 성분 정보를 잘 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품 앞면에 노출된 정보에 감탄하여 매력을 느끼면 뒷면 라벨에 적혀 있는 좋지 않은 성분들은 간과한다는 의미다. 이런 효과를 유도하기 위해 사용되는 첨가물은 아주 다양한데, 당근이나 호박에있는 베타카로틴(세포를 손상하는 유리기를 중화한다.), 토마토에 있는리코펜(전립선 건강에 유익하다.), 귀리 겉겨와 호밀에 많은 베타글루칸(특정 암 발병의 위험을 줄인다.)도 그중 일부다." 그러나 이런 성분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아직 불충분하다.
어떤 첨가물은 심리적으로 너무나 강한 인상을 주어서 다른 특별한 선전 문구 없이도 단독으로 제품 포장의 전면을 장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자동적으로 건강한 식습관을 연상시킨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단백질이다. - P316

그러나 네슬레의 유전학자 하게르는 음식과 영양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다이어트를 약에 비유하면서 일부 사람에게 일정한 기간만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왜 1980년대에 과식하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는지 그의 생각을 물었다. "간단히말해서 비만은 얼마나 먹고 얼마나 소모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소모하는 것보다 섭취하는 에너지가 더 많으면 살이 찌는 거예요. 결국 비만은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는 라이프스타일과 싼 음식을 아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환경이 낳은 결과죠."
그는 유전자가 식습관과 그다지 관련이 없다는 주장도 정정하면서 더욱 복잡한 대답을 이어 갔다. 하게르는 유전자가 과식이나 중독에 간접적일지라도 깊은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설명을 위해 다양한 차 부속품들이 조립되지 않은 채 바닥에 널려 있는 그림 한 장을 내게 보여 주었다. 펜더와 타이어가 눈에 들어왔지만 대부분은 알아볼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걸 DNA 청사진이라고 해 봅시다." 그런 다음 그는 다른 그림을 가져왔다. 첫 번째 그림과 똑같이 자동차의 다양한 부속품이 그려져 있었지만 이번에는 일부분에 덧칠이 되어 그림이 흐릿하고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이것이 후성유전이라는 겁니다." 흐릿해진 부분을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DNA 청사진의 부분들을 해독하는 능률에 변화를 가져오죠."
다시 말하면 유전자 자체는 짧은 시간 내에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후성유전으로 알려진 현상을 통해 동일한 유전자도 더 많이 또는 더 적게 해독되어서 맡은 일을 더 잘하거나 더 못할 수 있다. - P329

후성유전학적 현상은 한세대 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인간의 유전자에 후성유전학적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무수히 많은데, 과거에 부모가 섭취한 음식의 종류나 양도 여기에 포함된다.
하게르는 절약 유전자, 더 정확히는 절약 후성유전자의 사례를 언급했다. 모든 인간에게는 에너지 저장에 관여하는 일련의 유전자가 있다. 진화론에 따르면 이 유전자는 인간이 가뭄과 기근에서 살아남도록 도우면서 인간 DNA에서 입지를 다졌다. 이 유전자 덕분에 인간은 호시절에 섭취한 에너지를 체지방으로 저장할 수 있었고 기근이 들었을 때 이 체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유전자의 능률이 음식 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 P330

년 전에42명해진 것이다. 전작 「배신의 식탁에서 나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혀 미각 지도가 단맛은 혀끝에서만 감지된다고 한 것은 틀렸고 실제로는 혀 전체에서 감지된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나 뇌를 자극하여 음식을 갈망하고 좋아하게 만드는 설탕의 능력은 훨씬 더 강력해보인다. 최근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혀에 있는 세포가 세포벽을 통해설탕을 바로 빨아들여 직접 흡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혀세포가 섭취한 음식에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뇌에 알리는 메커니즘의 일부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앞서 인간이 설탕의 단맛만큼이나 높은 열량을 탐닉하도록 진화되었다는 사실을 논의한 바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로 볼 때 혀는 열량이 높은 음식에 열광하게 만드는 첫 번째 장치로 보인다.
놀랍게도 혀에 있는 세포는 냄새 분자도 감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혀에서 감지된 음식의 향은 뇌를 거쳐 풍미로 전환되는데, 이 풍미는 우리의 식습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인간이 냄새를 통해 음식에 중독되는 길은 두 개가 아니라 세 개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 P339

초파리 연구팀의 연구는 다음과 같았다. 먼저 가장 대중적으로사용되는 무칼로리 감미료 수크랄로스를 초파리의 먹이인 설탕과효모 혼합물에 섞었다. 그랬더니 초파리들이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잠을 자지 못했다. 게다가 허기가 진 듯 계속해서 먹어댔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을 들으면 가공식품 중독에 대해 덜 우려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초파리는 계속해서 먹이를 먹었음에도 체중이 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유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연구자들은 초파리의 체중이 늘지 않은 이유가 그들의 행동에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초파리들은 안쓰럽게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했다. 며칠을 끊임없이 날고 또 날아다녔다. 작은 날개를 벌새처럼 움직이면서 과식으로 얻은 여분의 에너지를 모두 연소해 버렸다. 이처럼 과잉 행동을 보이던 초파리들은 수크랄로스공급이 중단되자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연구를 통해 합리적으로 도출할 수 있는 결론에는 한계가 있다. 어쨌거나 초파리는 초파리일 뿐 사람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나 초파리 연구는 식품 기업들의 말처럼 인공감미료가 더 나은 식습관에 도움이 된다 해도 첨가물을 만드는 기업에만 좋은 일일 수 있다는 사실, 심지어 우리 몸은 고장 난 초파리처럼 끝없이 허기진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여기서 가장 큰 수혜자는 당연히 가공식품 제조 기업들이다. - P342

 "오늘은 어떤 스콘이 더 맛있어 보이지?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고 생각하면 뇌의 보상 회로를 완전히 활성화시키면서 동시에 제어 장치를 꺼 버리게 됩니다. 이럴 때 우리가 스콘을 먹기로 결심하는 거예요. 대신에 스콘을 먹으면 동맥경화증과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거나 몸매가망가질 거라는 생각을 하면 보상회로가 꺼지면서 제어 장치에 다시불이 들어오죠."
식품 기업들이 제품의 저렴한 가격과 편의성을 중요하게 여기기를 바랄 때 우리는 그 안에 숨은 지불해야 할 대가를 기억해야 한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식습관을 통제할 수 없게 되자 그 치료법까지 장악하기 위해 애를 써 왔다. 그들이 내놓은 치료법은 다이어트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다이어트가 무엇인지도 잘 안다. 음식에 대한 강박은 다양한 종류와 수준의 섭식 장애 중 하나일 뿐이다. 그것이 먹는 것을 관리하고 조절하려는 목적이라 해도 마찬가지다. - P346

우리가 스마트폰에 중독되는 이유 중 하나는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현란한 색깔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스마트폰 제조 기업들이 화면의색을 부드럽게 하는 다크모드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나, 해리스는 내게 대중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훨씬 효과가 큰 비법을 알려 주었다. 그것은 바로 스마트폰을 흑백모드로 바꾸는 것이다. (설정 메뉴에서 ‘접근성‘, ‘디스플레이‘로 들어가면 색 필터를 켤 수 있는데 여기에서 ‘흑백 출력‘을 선택하면 된다.) 직접 해 보니 행동을 추동하는 뇌에서스마트폰의 매력이 반감되는 것이 느껴진다. 이제 스마트폰이 그다지 흥미로워 보이지 않는다.
가공식품 제조 기업들도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화려한색을 사용한다. 소비자들이 이런 제품에 매력을 덜 느끼는 방법 중하나는 밝은색 포장을 쓰지 않는 것이다. 오레오도 유리병에 넣어놓으면 덜 먹음직스러워 보일 것이다.
우리는 먹고 싶은 것을 먹기보다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즉 새로운 식습관을 형성하면 좋아하는 음식을 우리가 직접 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 잘 알다시피 우리가 먹는 것을 바꾸면 식품 기업들도 자신들의 제품을 다시 찾게 하기 위해 제품을 바꾼다. 그럴 때마다 사용해 온 무기가 바로 소금, 설탕, 지방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실제보다 중독성이 덜해 보이도록, 아니면 실제와는 완전히 다른 제품처럼 보이도록 앞으로도계속 그럴 것이다.
21 TT - P347

이 과일은 무화과다. 무화과는 잼처럼 끈적거리고 단맛이 강하다. 하나에 75칼로리로 열량도 높아 뇌를 자극한다. 최근 무화과를펌킨 스파이스에 준하는 가공식품 업계에서 가장 유행하는 첨가물이라고 선언한 향 제조 업체에 따르면, 무화과는 정통성과 고대 문화의 느낌을 주며 소비자들의 "진실하고 독특한 것에 대한 욕망"을자극하고 만족시킨다.
무화과 향은 이제 시리얼, 에너지 음료, 껌은 물론 베이컨과 프로슈토 햄에 싸인 채 냉동 피자에까지 들어간다. 과거 다른 것들이 그랬던 것처럼 무화과 향의 상업적 성공도 소비자들이 단순히 먹고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먹는 데 있다. 이제 우리는우리가 먹는 것을 바꾸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 식품 기업들이 제품을바꿀 때 꿰뚫어 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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