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 내 나이 벌써 여든이 넘었네. 이쯤 되면 하지 못해 한이된 일도 있고 엿 먹이지 못해 찜찜한 인간들도 있지 않겠나? 그런데" 그가 다시 에리카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 투자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소"
"말씀해보세요." 에리카가 대꾸했다.
"미카엘이 발행인 자리에 복귀해야 하오."
"안 됩니다!" 미카엘이 즉시 대답했다.
"아니, 해야 하네!" 헨리크가 단호하게 말했다. "벤네르스트림에게 한방 먹이려면 방에르 그룹이 <밀레니엄>을 지원하고 자네가 편집부에 복귀한다는 사실을 발표해야 돼. 더이상 분명할 수 없는 신호 아닌가? 자네가 복귀함으로써 이는 방에르 그룹으로 권력을 이양하는 것이 아니며 잡지의 기존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리라는 기조를 의미하니까. 이렇게만 해도 현 상황에서 마음이 흔들리는 광고주들은 생각을 달리할 걸세. 벤네르스트룀은 전능한 존재가 아냐. 그에게도 적들이 있네. 그 적들이 벤네르스트룀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라도<밀레니엄>에 광고하는 걸 고려하게 될 걸세." - P245

닐스의 사무실을 나와 집으로 돌아온 리스베트는 샤워를 하고서치즈와 피클을 넣은 샌드위치 두 개를 먹어치웠다. 그리고 너무 닳아서 보풀투성이인 천 소파에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만약 보통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 아마 그녀를 탓할지도 모른다. 역시 비정상이라서 성폭행을 당하고도 아무런 감정적 동요를 보이지 않는다고 혀를 찰지 모른다.
그녀가 알고 지내는 이들의 범위는 비교적 한정적이었다. 그리고그들이 교외의 안락한 집에서 평온한 삶을 영위하는 중산층은 더더욱 아니었다. 지금껏 그녀가 알아온 여자들은 예외 없이 성년이 되기전에 적어도 한 번 이상 어떤 형태로든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폭행은 주로 또래 남자들에 의해 벌어졌고, 그들은 협박과 회유를 섞어서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었다. 변을 당한 여자들은 눈물을 흘리고 강하게 분노했지만 리스베트가 아는 한 경찰서로 달려가 신고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니까 그녀가 살아온 세계에선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 세계에서 여자는 일종의 허가된 희생물이었다. 특히 낡은 가죽재킷을 입고 눈썹엔 피어싱, 어깨엔 문신을 한 소녀라면, 즉 사회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존재일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 P266

드라간은 계약서를 출력했다. 이 계약서를 미카엘이 헤데스타드로 가져가면 디르크가 서명할 것이다. 인쇄한 계약서를 들고 드라간이 리스베트의 사무실로 들어서자 유리벽 저쪽에서 그녀와 미카엘이 노트북을 함께 들여다보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미카엘은 한 손을 그녀의 어깨에 올려놓은 채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분명 그녀의 몸을 만지고 있었다! 드라간은 잠시 멈춰 섰다.
미카엘이 뭔가를 말하자 리스베트가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큰 소리로 웃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그녀의 마음을 얻어보려고 애썼지만 드라간은 그녀가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겨우 알게 된 미카엘과는 그렇게 웃고 있었다.
드라간은 갑자기 미카엘이 너무도 미워졌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강렬한 감정이었다. 이윽고 헛기침을 하며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계약서가 든 파일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 P391

"여기서 두번째 질문에 부딪히게 되죠." 리스베트가 말했다.
"어떻게 하리에트가 이 더러운 일에 휩쓸리게 되었느냐? 비교적 안정된 대가족 안에서 보호받으며 지내던 열여섯 살 소녀가."
"그러면 답은 하나밖에 없죠."
미카엘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모든 일이 방에르 가문과 관계가 있다....." -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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