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에트는 어떻게 됐습니까?" 미카엘이 물었다.
"하리에트는 내게 너무도 소중한 아이였다네. 나는 그애에게 안정감과 자신감을 주려고 했어. 게다가 우리 둘은 서로를 굉장히 잘 이해했지. 나는 그애를 친딸같이 여겼고 그애 역시 친부모보다 나를 더 따랐다네. 정말이지 하리에트는 특별한 아이였어. 오라비처럼 내성적인 성격에, 사춘기 땐 감상적으로 종교에 경도된 일도 있었지. 다른 방에르 가문 사람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이었지만, 여러 방면에서 특출났고 보기 드물게 영리한 아이였다네. 도덕적 심성과 강한 의지도 갖추고 있었지. 그애가 열너덧 살쯤 됐을 무렵에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어. 나중에 방에르 그룹을 이끌거나, 적어도 중심적인 역할을맡을 인물이 그애 오라비, 아니면 내 주변에 득실대는 사촌이나 조카애들이 아니라 바로 그애라는 사실을."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이제 내가 왜 자네를 고용하려는지 진정한 이유를 밝힐 때가 되었군. 우리 가문 사람 중에 누가 하리에트 방에르를 죽였는지, 그후 사십 년 가까이 나를 미치게 만들려고 집요하게 애쓰는 인간이 누군지, 부디 자네가 밝혀주게나!" - P114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이 사고 때문에 그후 24시간 동안 다리가 막혀버렸다는 사실일세. 일요일 오후 늦게나 되어서야 남은 등유를 펌프로 뽑아내고 유조차를 견인한 뒤 교통이 재개됐지. 그 24시간 동안 섬은 외부 세계와 단절됐네. 육지로 가는 유일한 수단은 섬 쪽 요트 선착장에서 교회당 아래 구舊항구로 사람들을 실어나르려고 동원한 소방 보트 한 척뿐이었어. 그나마 처음에는 구조요원들만 탈 수있었고, 토요일 저녁 느지막해져서야 주민들도 태워주었지. 무슨 뜻인지 알겠나?"
미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리에트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면 여기 섬에서 일어났을 테고, 혐의자 역시 섬 안에 있던 사람들로 한정된다는 뜻이겠죠. 이를테면 섬을 무대로 한 ‘밀실 미스터리‘라고나 할까요." - P117

"하지만 그 수백만 크로나는 결국 헛되이 날아갈 겁니다. 제가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계약서에 서명하고서 일 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거겠죠."
"자넨 그렇게 하지 않을걸? 오히려 일생 그 어떤 때보다도 열심히 일하게 될 걸세."
"왜 그렇게 확신하시죠?"
"내가 자네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기 때문이지. 돈으로 살 수 없으면서 자네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절실히 원하는 것."
"그게 뭐죠?"
헨리크의 눈이 가늘어졌다.
"자네에게 한스에리크 벤네르스트룀을 넘겨주겠네. 난 그자가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 삼십삼 년 전 바로 우리 회사에서 일을 시작했지. 난 그자의 목을 쟁반 위에 담아 자네에게 줄 수 있어. 수수께끼를 풀게! 그럼 법정에서 망신당한 자네를 ‘올해의 기자‘로 만들어주지!"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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