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리스베트는 놀라울 정도로 냉정해 보이는 여자였다. 하지만 드라간이 가장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건 그 점이 아니었다. 사실 지금은 이미지가 모든 걸 좌우하는 시대 아닌가. 밀톤이 표방하는 이미지가 보수적 안정성이라면 리스베트의 차가운 이미지는 해양박람회에 전시된 동력삽만큼이나 신뢰감을 불어넣는다고 할 수 있었다.
그가 도저히 적응할 수 없었던 것은, 자신의 가장 유능한 조사원이거식증 환자처럼 비쩍 마른데다 바짝 커트한 머리에 코와 눈썹에는피어싱을 한 창백한 여자라는 사실이었다. 목에는 2센티미터쯤 되는 말벌 문신이 있었고 왼쪽 이두박근과 발목에는 끈 모양 문신을 두르듯 새겼다. 가끔 탱크톱을 입고 나타나면 어깨뼈 위에 새긴 큼직한 용 문신을 볼 수 있었다. 머리는 원래 적갈색이었는데 까마귀처럼 새카맣게 물들이고 다녔다. 하드로커 떼거리들과 한 일주일 신나게 어울려 다니다가 불쑥 나타난 듯한 모습이었다.
그녀에게 영양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가리지 않고아무거나 먹어치웠다. 타고난 체격이 말랐을 뿐이다. 뼈대가 마치 어린 소녀처럼 섬약했고 작은 손에 발목도 가늘었다. 가슴은 하도 작아 헐렁한 옷을 입으면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나이는 스물넷이었지어떤 이들은 열네 살로 보곤 했다.
입은 제법 컸고 코는 작은데 광대뼈가 솟아서 동양인처럼 보이기도 했다. 민첩한 몸동작은 마치 거미의 움직임을 닮았으며 컴퓨터로일할 때면 손가락이 자판 위에서 춤을 추며 날아다녔다. 패션모델을할 만한 몸매는 아니었지만 적당히 화장한 얼굴을 클로즈업해서 찍는다면 광고모델로 나서도 될 정도였다. 요컨대 화장과 이따금 눈살이 찌푸려지는 새까만 립스틱을 바르고 다녔다 문신과 피어싱아래 숨은 그녀는 나름대로 매력적이었다. 그 매력이란 게 전혀이해할 수 없는 종류인 게 문제이긴 했지만.
리스베트가 드라간 밑에서 일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그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유형의 여자가 아니었으며 일자리를 제안할 만한 이미지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녀를 채용한 것은 순전히 홀게르 팔름그렌 때문이었다. 과거 요한 프레드리크 밀톤의 개인적인 일들을 관리했었고 지금은 조기 은퇴한 변호사다. 그는 행동에는 약간 문제가 있지만 통찰력이 뛰어난 아가씨라고 리스베트를 소개했다. 그가 기회를 줘보라고 당부하는 터라 드라간은 내키지 않았지만 받아들였다. 거절할수록 끈질기게 달라붙는 사람임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 청소년 같은 사회의허섭스레기들을 돌보느라 쓸데없이 정력을 낭비하긴 하지만 판단력하나만큼은 제대로인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직접 본 순간, 곧바로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그녀의 문제는 단지 외모와 행동만이 아니었다. 중학교도 제대로마치지 못했고 고등학교는 근처에도 안 갔으며, 어떤 종류의 고등교육도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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