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은 그리 감상적인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지체 없이 차에 올라시동을 걸었다. 아이만이라도 전염병과 가난에서 조금이나마 떨어진 곳에 살기를 원하는 부모의 마음이 브로커를 찾게 했을 테지만. 도대체 이렇게 한두 명씩 도시 바깥으로 내보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또한 이렇게 탈출한 한 명의 아이가 나중에 자라 위인이 될지 강도가 될지 그 누가 알 수 있는가? 사람들은 왜참담함으로 치자면 여기나 거기나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면서도여기만 아니면 어디라도 괜찮은 것처럼 몸과 마음을 움직이기를그치지 않는가? 얼은 그것에 대해 지금까지는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도 이해하지 않기로 했다.
당신도 움직이기를.
얼이 만약 움직였다고 한다면 그것은 한 걸음을 넘지 않을 것이었다. 얼은 그 한 걸음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앞으로도 되도록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설령 움직이더라도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한 걸음 미만의 보폭을 유지할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는 결코 아펙이 말하고 미그라가 바라던 완전한 이동은 이루어지지 않을 테며, 얼은 언제까지나 요동치기는커녕 미동조차 없는 경계선 안쪽의 존재로 남는다 해도 상관없었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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