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는 개처럼 이공간이 길게 뒤쪽으로 뻗어 있고 기도까지 이어지는 관과 연결된다. 그러나 인간은 이 공간이 짧아지면서 그 안의 공기역학이 바뀌었다. 이로써 입안으로 들어온 공기가 혀를 미끄러지듯 지나 입 뒤의 공간을 통해 비강(코안)으로 올라가기가 더 쉬워졌다.
직립보행과 마찬가지로 자연선택의 측면에서 왜 이런 구조 변경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이 공간이 커져서 더큰 소리로 말할 수 있게 되면서 아마도 포식자들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더 뚜렷이 구별되는 모음을 사용해 더 빨리 말할 수 있게 되고 조금 덜 정확한 발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이 공간이 커진 덕분이다. 이런 변화는 인간에게 아주 중요한 이점을 가져다주었음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그와 함께 엄청난 대가가 따라왔기 때문이다. 이런 인체 구조의 변화로 인간은 음식이목구멍 위쪽에 걸리면 질식해서 죽을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되었다. 개는 질식할 위험 없이 핫도그 하나를 통째로 삼킬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주요 사망 원인 중 4위가 바로 질식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입 뒤에 새로 생긴 공간으로 인해 음식을 평가하고 음미하는 방법 또한 질적으로 향상되었다는 점이다. 혀 위의 미뢰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미뢰가 음식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우마미라고도 하는 감칠맛 다섯 가지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능을 하는 미뢰의 수는 1만 개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연구자들이 새로 밝혀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콧속에는 1000만 개의 후각 수용체가 있다. 미뢰가 다섯 가지 기본 맛을구분한다면, 후각 수용체는 340-380개의 기본 냄새는 물론 수천가지에 이르는 냄새 조합을 감지할 수 있다. - P157

그뿐 아니라 인간은 음식에서 냄새를 감지하는 두 가지 방법이발달했는데 여기에는 입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이 입으로 냄새를 맡는다는 사실은 여러 번 이야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 코를이용해 냄새를 맡을 때는 음식에서 풍기는 냄새 분자를 감지하는 것으로, 특히 요리 중에 그렇다. 그러나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과 음료 안에는 아주 많은 향기로운 화합물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혀있는데 이 화합물들은 단순히 코를 킁킁거리는 것으로는 맡을 수 없다. 씹거나 홀짝홀짝 마시는 행위로 몰아낼 때에야 비로소 방출되어 입안을 휘젓고 다니는 냄새 휘발이 일어난다. 와인을 마시기 전에 와인 잔을 빙빙 돌리라는 것도 그 움직임으로 냄새 분자가 방출되기때문이다. 와인을 마시거나 수프를 먹을 때 입안에서 휘휘 돌리거나호로록 소리를 내거나 입을 쩝쩝 다시면서 먹으면 냄새 분자의 휘발이 더 활발히 일어난다. - P158

이런 더딘 진보에 대변혁이 이루어진 것은 불을 사용하면서부터였다. 하버드 대학교의 생물 인류학자인 리처드 랭엄은 약 200만년 전부터 불을 써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믿는다. 이때는 아르디의 후손인 호모 에렉투스가 등장했을 즈음이다. 요리를 하기 시작하면서 과일, 구근류, 고기를 더 잘 소화하고 원시인류가 식량을 얻기 위해 소비해야 하는 에너지도 줄일 수 있었다. 고인류학자들이 자주 쓰는 개념 중에 절약된 에너지는 다른 것에 쓰일 에너지라는15개념이 있다. 원시인류가 먹는 시간을 줄임으로써 얻은 것은 다름아닌 더 큰 두뇌였다.
아르디의 뇌는 오늘날의 침팬지 뇌보다 약간 작고 현대인 뇌의약 3분의 1 크기였다. 원시인류 조상들의 뇌는 200만 년 전부터 자라기 시작해 80만 년 전부터는 더 빠른 속도로 자랐다. 자연선택을통한 지능 경쟁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뇌가 더 큰 원시인류들이 더 똑똑해서 더 영양가 높은 음식을 찾는 데 유리했다. 또한 음식을 덜 씹어도 되고 소화하기 쉽게 요리하면서 원시인류의 뇌는 더 많이 자랄 수 있었다. ‘‘
인류가 나뭇잎을 덜 먹으면서 위는 작아졌지만 나름 더 똑똑해지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위는 뇌와 공조하여 음식 섭취량을 조절하는 법을 터득했다. 우리가 충분한 양을 먹으면 위가 늘어나고 소리를 내면서 뇌에 그만 먹어야 할 때라고 알린다. 그러면 뇌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포만감을 만들어 낸다. - P165

더 많은 음식을 얻으려고 음식을 찾아나설 것 없이 그저 메뉴판을 보거나 냉장고를 열기만 하면 되는 세상에서 지방은 새로운 기술을 터득했다. 지방은 더 이상 자신을 방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제 직접 공격에 나선다. 만약 우리가 다이어트를 하다 포기하여 쪼그라든 지방세포에 과도한 음식 섭취로 인해 트라이글리세라이드가 다시 가득 차면, 지방세포는 근처에 있는 혈관에 화학신호를 보내 지방 쪽으로 더 많은 혈관이 자라나게 한다. 이것은 혈액 공급을 증가시켜 새로운 지방세포들이 생성되는 것을 돕는다.
지방은 또 다른 속임수도 쓴다. 지방 흡입술이라고 불리는 체형조형술이 살을 빼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속아서는 안 된다. 지방 흡입술은 눈에 가장 도드라지는 부분의 지방만 제거한다. 지방 흡입술을 하면 지방이 자기 보존 상태에 들어가 심장이나 다른 장기 주변에새로운 지방을 축적하므로 심장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 P176

그러나 진화는 음식 중독의 문제를 또 다른 설득력 있는 관점에서 생각하게 한다. 우리 뇌가 설탕 같은 물질을 욕망하도록 만들어졌다면(특히 설탕이 우리를 빠르게 자극할 때), 우리가 기억 때문에 어릴적 식습관을 소중히 여긴다면(비록 그 기억이 식품 산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인간이 냄새를 맡는 방법이 두 가지로 발달하여 다양성에 쉽게 유혹당하고 위가 높은 열량을 섭취하는 일에 만족을 얻도록 뇌를 자극하며 체지방에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있다면 우리는 음식 중독 문제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오늘날의 음식 환경은 에너지 균형에 미친 영향의 측면에서 불의 등장과 동일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고할 수 있습니다." 초콜릿을 이용한 뇌 스캔 연구의 선구자인 데이나스몰의 말이다. "현대의 식품은 더 싸고 구하기도 더 쉬우며 대사시키기도 더 쉽죠. 게다가 인간이 진화를 거쳐 오는 동안 한 번도 본 적없는 방식으로 혼합되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로 만들어집니다.
또 과거보다 더 자주 먹고 음식의 선택 범위도 훨씬 크죠."22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지난 40년간 음식과 식습관에 나타난 급격한 변화를 진화의 측면에서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이 전혀없었다. 그 결과 오늘날의 음식과 근본적으로 부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스몰은 이렇게 설명한다. "문제는 음식에 중독성이 있다기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먹는 것에 끌리는데 기업들이 음식을 바꿔 놓았다는 데 있습니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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