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지는 실험을 다시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오류의 여지를 두지 않으려고 만전을 기했다. 쥐의 뇌에서 도파민을 모두 제거하는수술을 진행했다. 신경전달물질의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은 전무했다. 그럼에도 쥐들은 설탕을 먹고 똑같이 미소를 지었다. 2007년에 《정신약물학회지》를 통해 발표한 논문에서 베리지는 쥐가 웃은것은 도파민이 작용한 결과가 아니라 뇌에서 분비되는 한 개 이상의 다른 천연 화학물질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런 화학물질들은 도파민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정보를 뉴런에 전달하며 각각 특화된 기능을 지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중에는 호르몬이라 부르는 것도 있는데, 위험을 보면 도망치게 만드는 부신피질자극 호르몬이나 신뢰와 연민의 감정을 고양하고 사회적 유대를 촉진하여 ‘사랑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이 여기에 속한다. - P89
어떻게 조금 전까지 맛있게 먹던 음식이 몸서리치게 싫은 음식이 될 수 있을까? 변한 것은 초콜릿이 아니다. 초콜릿의 달콤함과 부드러움, 카카오의 쌉쌀한 맛의 조화로운 풍미는 변한 게 없다. 변하는 것은 우리 머릿속이다. 인간의 인식은 인식하는 대상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 인식은 추동하는 뇌와 억제하는 뇌 사이에서 벌어지는 끊임없는 주도권 다툼의 전리품이다. 어느 쪽이 우위를 차지하느냐에 따라 뇌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 갈망을 혐오감으로, 열망을 두려움으로 바꿀 수도 있다. - P98
속도는 모든 것을 압도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속도는 중독성이18강하다. 중독을 연구하는 심리학자들과 생리학자들은 이 사실을수십 년 동안 입증해 왔다. 어떤 물질이 뇌를 흥분시켜 행동을 유발하고 결국 그 행동을 상습적으로 하게 만드는 능력은 대개 그 물질이 뇌에 얼마나 빨리 도달하느냐와 관련이 있다. 더 빨리 도달할수록 영향력도 강해진다. 속도는 담배를 헤로인만큼 중독성 있게 하는 결정적 요인 중 하나다. 중독의 위험성은 흡입하는 물질만큼이나 물질이 전달되는 방법과도 큰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담배 한 모금을 빨면 연기가 10초만에 입속의 니코틴을 폐의 혈액으로, 다시 뇌로 전달한다. 담배를피우고 싶은 감정(도파민의 효과)을 느낀 순간부터 담배 한 모금이주는 충만한 만족감(뇌가 생성하는 오피오이드의 효과)을 느끼는 데 단10초면 충분하다. - P100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의 노라 볼코는 뇌를 빨리 자극할수록뇌의 반응도 크다는 것을 처음 발견한 사람 중 하나다. 이런 현상의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 학자들은 속도로 인해뇌가 다음번에 얻는 보상의 강도를 높이기 때문에 해당 물질을 더많이 섭취하게 된다는 주장을 편다. 2004년에 미시간 대학교의 정신의학과 연구팀은 다른 이론을 제기하면서 속도가 뇌의 신경 작용을 변화시켜 중독성 있는 물질을 사용하고자 하는 충동에 따르기 전에잠시 멈춰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속도와 섭식 장애의 연관성이 드러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우리가 중독될 수 있는 모든 물질 가운데 뇌를 자극하는 데 음식보다 빠른 것은 없다. 정확히 말하면 특정 종류의 음식이 그렇다. 가공식품이 거둔 경이로운 성공은 모든 면에서 드러나는 빠른속도가 한몫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101
무엇보다 가공식품은 소비자 손에 들어오고 나서도 속도가 두드러진다. 가공식품은 빨리 개봉할 수 있고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빨리 데울 수 있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입안에 들어가면 뇌도 빨리 자극한다. 담배 연기가 뇌를 자극하는 데 10초가 걸리는 데 반해 혀 속에들어온 설탕은 뇌를 활성화하는 데 1초의 절반이 조금 넘는 시간, 정확히는 0.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담배보다 거의 스무 배나 빠른속도다. - P103
설탕이나 소금과 같은 가공식품의 기본 성분이 뇌에 도달하는속도에서 담배나 마약을 능가할 수 있는 이유는 속임수를 쓰기 때문이다. 소금, 설탕, 지방은 인간의 생물학적 구조, 즉 인간이 음식에끌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이용한다. 마약과 담배가 뇌로 이동하기위해서는 혈액에 흡수되어야 하는데, 음식은 뇌로 이동하는 속도를최대로 증가시키는 특별한 통로가 있다. 그 시작점은 바로 미뢰다. 아이스크림을 혀로 핥으면 아이스크림에 함유된 설탕을 감지하는메커니즘을 갖고 있는 미뢰가 설탕을 감지하여 전자신호로 변환한뒤 뇌로 재빨리 전달하는데, 그 효력은 실제 설탕과 같되 전달 속도는 훨씬 빠르다. 소금도 마찬가지다. 지방은 전달 속도는 같지만 뇌로 이동하는 경로가 다르다. 인간의 입은 삼차신경눈, 위턱, 아래턱으로 뻗어 안면 감각을 뇌에 전달하는 신경을 통해 지방을 감지하고 신호로 변환하여순식간에 뇌로 전달한다. 삼차신경을 통하는 미뢰를 통하는 효과는동일하다. 전달된 신호는 뇌를 깨워 먹을 준비를 하고 먹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자극한다. 아이스크림을 처음 핥는 순간부터 한입 더먹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는 데까지는 고작 0.6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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