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못 듣고 못 읽어서가 아니다. 듣고 읽어도 각각의 단어가 무슨 의미인지 파악하고 그것들을 조직하는 데 예전보다 시간이 걸리는, 분류와 추론, 인식과 수행이 원활하지 않은 나이가 됐을 뿐이다. 뜻밖의 시기에 삶이 중단되지 않는다면, 살아 있는 모두에게 언젠가는 찾아오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그들은 단지 바지락칼국수가먹고 싶을 뿐이고, 그런데 칼국수까지 도달하기 위해 터치해야 하는 과정이 있고, 자신들이 찾는 것은 화면에 나타나지 않고, 사이드 바의 화살표를 터치하면 옆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을 인지하지못하고, 실은 부등호 비슷한 표시(>)가 다음으로 화면을 옮겨줄 화살표라는 사실부터 알아채지 못하고, 여러 번거로운 절차 없이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칼국수 둘이요, 입을 여는 것만으로도 모든것이 해결되었던 시절을 떠올리고, 결국 그들은 누구 도와줄 사람이 없나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지만 키오스크 옆에 따로 직원은없다. 사람을 한 명이라도 줄이려고 키오스크를 들여온 거니까 당연하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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