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로제토의 수수께끼
"그들은 제 수명을 다하고 늙어서 죽었다. 그게 전부다."

일반적인 규칙을 넘어서는그 무엇, 아웃라이어

로마에서 동남쪽으로 100마일 정도 떨어진 이탈리아 포자(Foggia) 지방의 아펜니노(Appennino)산맥 기슭에는 로제토발포르토레(Roseto Valfortore)라는 작은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중세시대의 중후한 멋이 물씬 풍기는 그 마을의 중앙에는 거대한 광장이 있고, 광장이 마주보이는 곳에 그 지역 최대 지주인 사게세가(Saggese 家)의 마르케살레(Marchesale) 궁이 웅장하게 서 있다. 궁의 아치 밑으로 이어진 길을따라가면 마돈나 델 카르미네(Madonna del Carmine), 즉 ‘카르미네산의성모 라는 이름의 교회가 나온다. 그리고 언덕을 따라 낮게 깔린 돌계단양쪽으로는 붉은 타일로 지붕을 댄 석제 이층집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 P10

이 수수께끼의 해답은 과연 무엇일까? 울프는 그 해답이 식생활이나 운동, 유전, 지역에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밀은 로제토 마을 자체에 있었다. 브룬과 울프는 마을을 거닐다가 우연히 그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들은 로제토 사람들이 서로를 방문하고 길을 걷다가 멈춰 서서 잡담을 나누며 뒤뜰에서 음식을 만들어서 나눠먹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그 마을의 사회적인 구조 밑에 깔린 일종의 ‘확장된 가족집단‘에 대해 알게 된 것이다.
로제토 마을에는 한 지붕 아래 3대가 모여 사는 집이 꽤 많았고 나이든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카르멜산의 성모 교회가 사람들을 결속시키고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욱이 고작 2,000여 명이 사는 마을에 시민의 모임이 스물두 개나 되었고, 이들 공동체의 평등주의적인 정서가 부유한 사람들로 하여금 거들먹거리지 못하게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남부의 농노문화를 펜실베이니아 동부 언덕으로 옮겨온로제토 사람들은 현대사회의 압박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기에 충분할 만큼 강력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로제토사람들은 스스로 만들어낸 언덕 위의 작은 세계 덕분에 건강할 수 있었다. - P17

ㅇ 캐나다에서 하키선수를 선별하는 과정은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이 말한 ‘자기실현적 예언‘의 가장 완벽한 예시라고 할 만하다. 이는 "시작 단계에서 잘못된 정의를 내렸을 때, 다음에 나타나는 새로운 행동이 최초의 잘못된 정의를 올바른 것이 되도록 하는 상황을 말한다. 캐나다인은 9~10세 소년 중 누가 최고의 하키선수인지에 대해 잘못된 정의를 내린다. 그들은 그저 해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소년을 선별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 소년들을 ‘올스타‘로 대접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처음의 잘못된 정의가 옳은 것처럼 보이게한다. 이러한 자기실현적 예언의 그럴 듯한 타당성은 오류가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는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예언자가 마치 자신이 처음부터 예언했던 그대로인 양 행세하듯이 말이다. - P39

물론 하키와 축구는 선택된 소수와 관련된 것이지만, 이처럼 편향된결과는 좀더 넓은 범위에서도 발견된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이다. 예를 들어 연말에 태어난 자녀를 둔 부모는 이듬해에 아이를 유치원에보내야 할지 고민하게 마련이다. 다섯 살배기가 몇 개월 빨리 태어난아이들과 섞이는 것을 막고 싶기 때문이다. 이 경우 대부분의 부모는 몇 개월 뒤처진 것으로 인해 유치원에서 겪는 불이익이 무엇이든 금세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건 하키와 마찬가지다. 연초에 태어난 아이가 누리는 아주 작은 이익은 연말에 태어난아이가 겪는 불이익과 마찬가지로 꾸준히 이어진다. 성취감과 낙담, 용기, 좌절이 일종의 패턴이 되어 그 아이를 수년간 묶어두는 것이다. - P42

굳이 선발을 해야 한다면 기준일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찾아야 한다. 태어난 달에 따라 나뉜 두세 개의 하키리그를 운영할 수도 있다. 같은 달에 태어난 선수들끼리 뛰게 한 다음 올스타팀을 선별하는 것도 좋다. 만약 하반기에 태어난 캐나다와 체코의 하키선수들이공정한 기회를 누릴 수 있었다면, 체코와 캐나다 국가대표팀의 선택폭은 두 배로 넓어졌을 것이다.
학교에서도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1~4월생, 5~8월생, 9~12월생 단위로 끊어서 학급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면 같은 발육단계에 놓인 학생들끼리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줄 수 있다. 물론 학생들의 등록과정은 예전에 비해 다소 복잡해질 수 있지만, 특별히 돈이 많이 드는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자기 잘못도 아닌데 주어진 교육제도 내에서 큰 불이익을 누렸던 학생들에게 기회를 넓혀줄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스포츠보다 훨씬 더 복잡한 영역에서조차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그럴까? 성공이란 그저 개인의 장점에 따른 결과이며 우리가 만든 규칙이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는 단순한 생각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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