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함부로 말할 사람이 아니야. 너보다 훨씬 열심히살고 어른스럽고 생각이 제대로 박혀 있는 사람이야."
"뭐라고?"
왈칵 울 줄 알았다.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조금 웃고 말았다. 아니, 친엄마도 아니고 새엄마에게 희한한 능력을물려받았나? 비실, 하고 웃음이 새어나왔을 때 영린은 깜짝 놀랐다. 비웃음은 어쨌든 확실히 전달되었다. 이번엔 나도 한번 비웃어보자. 영린은 더 이야기하지 않고 일어서서 돌아왔다.
오늘만큼은 시원하게 울고 싶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눈물이 차오르지 않았다. 영린은 울려는 노력을 포기하고일어서서 거실로 나왔다. 턴테이블은 굉장히 낯선 물건이었다. 부모님이 그걸 사왔을 때는 살짝 의아했지만 어떻게 다루는지 배우고 나니 깨끗하지 않은 소리가 오히려 매력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박스 가득 사온 판을 넘기다가 그 노래를 발견했다. 그 노래. 남자친구가 깎아내렸던 노래.
하지만 원래의 록 버전이 아니라 달콤한 목소리의 여자 보컬이 편곡해서 부른 보사노바 버전이었다.
판을 걸고 부엌으로 갔다. 비빔면, 비빔면을 먹을까. 딱맞는 조그만 편수냄비를 찾아서, 마치 그 손잡이가 연인의 손인 것처럼 멀리 보냈다가 가까이 당겼다. 장난스럽게 부엌에서 거실까지 춤을 췄다. 어두운 거실 유리가 거울처럼 영린을 비추었다.
괜찮아, 예뻐.
스스로 말해본 건 처음이었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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