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정

담당 교수 뒤에 의자도 없이 서 있던 젊은 의사가 위를올려다보며 고개의 각도를 조금씩 계속 바꾸었다. 수정은 알아채버렸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하는 행동이라는걸. 작은 컵을 빙글빙글 돌려봤자 컵이 커지는 건 아니에요, 수정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몇년 전에는 수정도 자주저렇게 고개를 돌리곤 했다. 눈물기관들을 잘 알지 못하지만 수정이 깨우친 요령은 물이 천천히 내려가는 배수구를떠올리는 것이었다.
"9월에 딸이 결혼을 해서 그때까지 외출을 할 수 있어야하는데요."
엄마는 흥정과 선언의 중간쯤 되는 투로 애매하게 말했다.
"•••••• 결혼식을 되도록 당기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 P9

결혼식을 가장한 장례식이었다. 근사한 장례식이었다.
누군가 한복 칭찬을 한 모양이었다. 엄마가 고전무용을하듯이 한쪽 손을 멋들어지게 들고 그 자리에서 장난스럽게 한바퀴 돌았다.
사락사락.
아마도 그런 소리가 났을 것이다. 그때 자기도 모르게 수정은 울컥하고 울었다. 나중에 이날을 기억할 때 엄마가 도는 저 모습이 기억날 거란 걸 수정보다 수정의 눈물기관이 먼저 깨달은 것 같았다. 아, 어떡해. 장갑으로 얼른 눈가를 훔쳤다.
하지만 나쁘지 않잖아, 수정은 생각했다. 엄마의 강인함도, 엄마가 맨날 부리던 억지도 이상하게 저 사락사락함으로 기억날 것만 같으니까.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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