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80년 ‘광주‘와 87년 6월은 연속선상에서 보아야 합니다. 미국의 대한(對韓) 정책도 그와 관련지을 수 있을 겁니다. 광주사태 당시 한국군의 이동과 관련해 미국의 역할 내지 책임이 줄곧 제기돼온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진행을 본다면, 어느 한 과정이 막을 내리고 난 뒤에라야 그 의미를 알 수있습니다. 80년 광주의 충격과 여파는 바로 그해, 그 다음해에는 잘 느껴지지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6월사태 속에서 우리는 ‘광주‘의 여파를 느낍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반미구호가 안 나오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말까지 있었던이 땅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겁니다. "미제(美帝)물러가라"는 구호가 등장하더니 보편화됐습니다. 미국도 이것을 알았습니다. 미국은, 반미성향이 학생으로부터 시작해 국민 사이에 널리 퍼지게 되면 미국의 이익과 부딪치게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은 그만큼 미국에 있어 지정학적·경제적으로 중요한 존재입니다. 과거 미국은 기존의 정부를 일방적으로 지원, 결과적으로 군부 •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지원하게 됐고 불가분의 유착관계까지 맺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엔 ‘광주‘의 교훈을 상기한 듯싶습니다.  - P169

최재현 -저는 6월사태를 지켜보면서, 다음과 같은 점이 지적돼야 하겠다고느꼈습니다. 사실 학생들은 강의에 안 들어가도 되고, 얼마든지 자기 의사에따라 시위에 참여할 기회가 보장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직장생활을 하는 시민들의 입장은 점심시간 등을 이용할 수가 있었죠. 그런데 이보다그 수에 있어 훨씬 방대한 계층인 기층민중집단이 이번 사태에 적극가담했다는 증거는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그렇다면 역사적 격변에 의해 얻어질 혜택 또는 성과는 그 격변의 현장에 참여하지 못한 기층집단에게 얼마나 돌아갈 수 있느냐하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실제로 매스컴은 시위로 거둔 승리를 중산층이 주도해 얻어낸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면 승리에 따르는 혜택이 중산층에게만 돌아갈 공산이 크다고도 보여지는 것입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민주화의 과정에서 중산층과 노동자계급 간에 분배를 둘러싼 근본적 이해대립이 일어날 소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노동자가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자연히 그들로부터의 요구가 터져나올 것이고, 여러 형태의 시위가 예상되는 것입니다. 이때중산층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점은민주화의 과정에서 중산층만이 아니라 그 하부계층의 발언통로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신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분배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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