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러한 순간-강제수용 생활의 끝, 전쟁의 끝을 상상할 때 나는 환희가 가슴에서 넘쳐나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목청껏 외치리라고 상상했다. "나는 자유다! 나는 자유다!" 하지만 지금 내게는 목소리가 없다. 우리는 침묵의 강물이다. 군슈키르헨의 묘지로부터 근처의 마을을 향해 흐르는 해방자들의 물결이다. 나는 임시로 만든 수레에 타고 있다. 바퀴가 끼익 소리를 내며 삐거덕거린다. 의식이 왔다갔다 한다. 이 자유에는 어떠한 환희도 안도도 없다. 우리는 숲에서 느리게 걸어 나온다. 멍한 얼굴을 하고서.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만 이내 다시 잠에 빠져든다. 자유는 잘못된 종류의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게 하는 위험이다. 자유는 상처, 이, 발진티푸스, 잘린 배, 힘없는 눈이다. - P136

 우리 대부분은 신체적으로 너무 피폐해진 나머지 제대로 걸을 수가 없다. 우리는 수레 위에 누워 있거나 지팡이에 기대어 걷는다. 우리의 죄수복은 더럽고 해졌다. 낡을 대로 낡고 누더기가 다 되어서 우리의 피부를 거의 보호하지못한다. 우리의 피부 또한 우리의 뼈를 거의 보호하지 못한다. 우리 몸자체가 해부학 수업이다. 팔꿈치, 무릎, 발목, 광대뼈, 손가락 관절, 늑골들이 시험에 나오는 문제들처럼 돌출되어 있다. 우리는 무엇일까? 우리의 뼈는 역겨워 보이고 우리의 눈은 텅 비고 어둡고 공허한 동굴이다. 움푹 꺼진 얼굴들. 암청색의 손톱들. 우리는 움직이는 트라우마다. 우리는 느리게 움직이는, 악귀들의 행진이다. 우리는 비틀거리면서 걷고 우리가 탄 수레는 자갈길 위를 덜커덕거리며 굴러간다. 우리는 줄에 줄을 지어 오스트리아 웰스의 광장을 가득 메운다. 마을 사람들이 창밖으로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우리는 두려움의 존재다. 아무도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침묵으로 광장을 질식시킨다. 마을 사람들이 자신들의 집으로 뛰어들어간다. 아이들이 두눈을 가린다. 우리는 지옥에서 살아남은 끝에 다른 누군가의 악몽이된다. - P137

생존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살아남기 위해 투쟁할 때는 ‘하지만‘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이제 ‘하지만‘이 우르르 몰려온다. 우리에겐 먹을 빵이 있다. ‘그래, 하지만 무일푼이지.‘ 살이 붙고 있어 다행이다. ‘그래, 하지만 마음이 납덩이처럼 무거워. 너는 살아남았어. ‘그래, 하지만 우리 엄마는 죽었지.‘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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