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더이상 지역감정의 문제를 있어도 없는 것처럼 덮어두기만 할 때는 지난 것 같다. 이 문제를 엄연한 현실문제로서 정면으로 다루어 올바르고도 근본적인 해결방향을 모색하여야 할 때가 되었다. 흔히들 지역감정을 그저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 무조건 ‘해소‘되어야 하고 또 해소되기만 하면 그만인 것처럼이야기하고 있는데 나는 그런 관점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의심한다. 호남사람들의 지역감정과 영남사람들의 지역감정을 똑같은 차원에 놓고 평면적. 무차별적으로 다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
광주사건 직후 김영삼씨의 마산유세장에 예상을 넘는 엄청난 군중이 운집하였던 사태에서도 드러나듯이 영남사람들의 지역감정은 다분히 호남의 지역감정에 대한 역감정으로서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호남사람들의 지역감정은 멀리 거슬러올라가자면 삼국시대 이래 천수백년, 그리고 가까이만 보더라도 박정희정권 이래 4반세기에 걸쳐 심화되어온 지역적 억압과 차별의 현실에 바탕을 둔 것이며, 그것이 근본적으로 시정되지 않는 한 결코 ‘해소‘될 수가 없는성질의 것이다.
거기에다가 다른 무엇보다도 1980년 5월 광주시민들이 겪은 엄청난 비극적 참화의 역사가 있다. 그 가슴속에 맺히고 쌓인 한과 분노가 어떠리라는 것은누구나 넉넉히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을 고려한다면 호남사람들에게 ‘지역감정‘을 갖지 말라고 한다는 것이 애시당초 무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덮어만 두겠는가. 이러한 ‘지역감정‘은 마땅히 있어야만 하고 지역적 억압과 차별의 부당한 현실을 타파하는 추진력으로서 활용되어야만 한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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