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다 언니는 남자와 연애를 한다. 죽음의 손짓에 답하는 언니만의 방식이다. 마그다 언니는 파리에서 온 프랑스인 남자를 만나는데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무슨 무슨 거리에 살았다고 한다. 나는 이 주소를 절대 잊어버리지 않으리라고 다짐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러한 끔찍한 상황에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화학반응이 있다. 눈부시게찬란하고 가슴을 뛰게 만든다. 그들은 화창한 여름날에 쨍그랑거리는•작은 접시를 사이에 두고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듯이 대화를 한다. 이것이 살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는 성스러운 맥박을 공포와 부딪히는 부싯돌로 사용해 불꽃을 만들어낸다. 영혼을 망가뜨려서는 안 돼. 횃불을 들 듯 영혼을 높이 들어야 해. 프랑스인 남자에게 언니의 이름을 말하고 그의 주소를 챙겨. 그리고 빵을 먹듯 그것을 음미하고 천천히 씹어먹어. - P127

예전에 이러한 순간-강제수용 생활의 끝, 전쟁의 끝을 상상할 때나는 환희가 가슴에서 넘쳐나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목청껏 외치리라고 상상했다. "나는 자유다! 나는 자유다!" 하지만 지금 내게는 목소리가 없다. 우리는 침묵의 강물이다. 군슈키르헨의 묘지로부터 근처의 마을을 향해 흐르는 해방자들의 물결이다. 나는 임시로 만든 수레에 타고 있다. 바퀴가 끼익 소리를 내며 삐거덕거린다. 의식이 왔다 갔다 한다. 이 자유에는 어떠한 환희도 안도도 없다. 우리는 숲에서 느리게 걸어 나온다. 멍한 얼굴을 하고서.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만 이내 다시 잠에 빠져든다. 자유는 잘못된 종류의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게 하는 위험이다. 자유는 상처, 이, 발진티푸스, 잘린 배, 힘없는 눈이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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