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야간족은 수천 명의 후손들을 남겼다. 그들은 다른 종족들과의 혼인을 통해 얻은 자손들로 크리스티나 칼데론처럼 ‘순수 혈통‘이거나 야간어를 쓰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중 많은 이들이 서로에게, 또 인구조사원과 방문객들에게 스스로를 야간족이라고 밝히고 있으니 그들을 통해 야간족이 이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순수 혈통‘이라는 개념은 사실 애매하기도 할 뿐 아니라 인종차별주의적이기도 하다. 특히 그 말이 유구한 인류의 역사와 비교하면 아주짧은 기간 동안 동족끼리 섞인 소수의 사람들을 지칭하는 경우에는더욱 더 그렇다.
실제로 모든 야간족들은 나, 티에라 델 푸에고의 유럽인 정착민, 또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공통 유산을 물려받았다. 우리는 모두 네안데르탈인과 약 1억 년 전 아프리카를 떠난 현대 인류의 후손들이다. 우리의 혈족관계는 순수 혈통보다 훨씬 더 오래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야간족의 혈통을 잃는 것이 아니라 야간족의 문화를 잃는 것에 대해 슬퍼해야 한다. - P40

메소포타미아의 마을 중 일부는 지방 도시가 되었고, 시골에서이주민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많은 이들은 계속 농사를 지었지만 도기, 직조, 금속 가공 등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그 기술과 제조품을 식량과 물물교환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이 도시들은 흔히 관청이나 종교 건축물 같은 것들을 갖고 있었고, 일부 거주자들은 사제나 통치자가 됐고 겸직을 하기도 했다. 재산과 신분은 상속할 수 있었고 소수의 사람들은 법을 만들고 세금을 부과했다. 도시 중 일부는 성장해 부유하고 강력해졌으며 지금으로부터 약 5천 년 전쯤에는 도시국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도시와 축적된 부, 식량과 농지를 방어하기 위해 장벽이 세워지고 경계가 표시되었으며 군사들이 양성되었다. 그들은 다른 도시 국가들의 공격보다는 약탈자들, 즉 자기 소유의 땅이 없고 도시의 주민들이 야만인이라고 부르는 유목민들을 더겁냈던 것 같다.
메소포타미아는 여러 면에서 중요하다. 수렵채집인으로 시작해, 다음에는 농부 그리고 도시의 주민으로 인류가 처음으로 정착한 장소였고 사유 재산 개념이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의 새로운이주민들이 등장한 것도 바로 이때이기 때문이다. 특히 더 중요한 것은 이주 이주민들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보여주는 현존하는 서면 기록 중 가장 오래된 것이 이때 나왔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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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이야기는 유목민을 배척하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근본적 화합과 혼혈교배를 권장하는 것으로 완전히 다르게 읽힐 수도 있다. 유목민들이 도시인들과 다른 삶을 살 수는 있지만 야만적이거나 완전히 다른 종족은 아닌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유목민들이 도시 사람들과 다르지만, 그들도 ‘문명화‘되어 도시 생활에 정착할 수 있으며, 도시 처녀와 혼인까지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마르투를 강하고, 관대하고, 결단력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있는 이면에는 사실 유목민을 깔보는 시각이 깔려 있다. 하지만 동시에 메소포타미아의 많은 도시 국가에 다문화를 수용하는 태도가 있음을 반영하기도 한다. 또한 고대의 다른 이야기에는 한때 우리 모두가 유목민이었다는 희미한 인식이 깔려 있기도 하다. - P50

중국이나 인도, 이집트 등에서 발굴된 고대 기록을 살펴보면 대부분이주민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고대 기록에 등장하는그들은 노예나 죄수, 국경 너머에서 온 수상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사람들, 야만인으로 묘사된 지나가는 유목민, 혹은 선사시대 전설에 나오는 인물 등 일반적이지 않은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만 그려졌다. 또한 그들은 대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목소리 없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리고 성벽에서 환호하고 바빌론 강가에서 울부짖었던 이주민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고대기록이 하나 있다. 바로 성경이다.
성경에서는 이주에 대한 이야기를 찾기 위해 굳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고, 대홍수 이후 인구 재건에 나서고, 홍해를 건너 도피하는 등 성경 어디에나 이주민들을 찾아볼 수 있기때문이다. 성경을 이주 지침서로 읽어도 될 정도다. 게다가 대부분의 이주 관련 기록들과는 달리 성경은 이주민들에 의해 이주민들을 위해 쓰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록 많은 이야기들이 실제 역사와 관계가 없기는 하지만, 약 2,500년 전 구약이 처음 쓰여질 당시 사람들이 이주를 보는 태도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 P55

영국 이스라엘주의 운동은 20세기 전반까지 이어졌다. 빅토리아 여왕의 손녀 중 한 명은 1981년 사망할 때까지 영국-이스라엘 세계 연맹 BIWF, British-Israel-World Federation의 후원자였다. BIWF는 아직도 존재하지만 예전보다 많이 축소되었고 더 이상 버킹엄 궁 안이 아닌 잉글랜드 북부 비숍 오크랜드 Bishop Auckland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이들은우익 기독교 압력단체가 됐으며, 영국인이 단 부족의 후예라는 신념을 고수하면서도 중동에서 오는 이민자들은 맹렬히 반대했다. BIWF는 브렉시트의 열렬한 지지 단체였는데 "어려운 협상이 진행 중이니주님께서 바빌론 같은 EU에서 영국을 완전히 구원해주시기를 기도해야 한다"며 추종자들에게 영국의 EU 탈퇴를 지원하기 위해 하루동안 금식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브렉시트를 논할 때조차도 고대 메소포타미아 시대의 이주 이야기를 잊지 않은 것이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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