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짧고 특별한 이야기로 이 책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전쟁과 지중해를건너는 힘겨운 여정에서 살아남아 유럽에서 새 삶을 시작한 한 이주민의 이야기다.

AT는 30대 남자로 아시아 지역 국가의 좋은 가문 출신이었지만 내전에서 패배한 진영에 속해 있었다. 그는 전쟁에 참여한 전사였으므로, 자신이 곧 밀려들어올 승리한 적군에 의해 살해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AT와 언어와 종교가 같은 그들은 이미 AT의 장인을 살해했기 때문이다.
•••••• - P5

이주민은 한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옮겨간 사람으로, 그가 경험하는 두번째 문화는 첫 번째 문화와 크게 다르며,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도전 과정을 겪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머문다.

내가 이 정의를 선호하는 이유는 국적이나 민족, 국경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이 정의는 현대와 고대 이주민, 자발적으로 이주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다. 또 이주민들이 이동한 거리나 통과한 국경보다는 그들의 경험을 강조하고있다. 이는 또 자유롭게 선택해 이동하는 이들과 강제로 이주당하는 이들을 양극으로 나누어 그 사이에 있는 모든 다양한 경우들을 다 포함한다.
이것은 ‘이주민‘이라는 단어가 노예와 배우자, 난민과 은퇴생활자, 방랑자와 주재원, 정복자와 구직자 등 다양한 경험을 한 이들을아우르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본인이 의도해 이주한 사람, (나처럼)단기 체류 목적으로 어딘가 갔다가 주저앉은 사람, 추방되거나 원치않는 망명 등으로 강제로 밀려 이주한 사람 등을 모두 포괄하는 용어다. 또한 겨우 몇 킬로미터 이동해 국경을 넘은 사람이나 같은 나라안에서 먼 거리를 이동한 사람도 해당된다. - P10

이와 관련된 언어들은 폭발력 있고 혼란스러우며 최근에는국가와 국경 개념, 인종과 인종차별주의와 연관된다. 이민 오는 사람과 가는 사람, 들어오는 사람과 나가는 사람은 보는 시각만 다를 뿐같은 이주민인데도 그들에 대한 태도나 관점은 완전히 다르다. 이주방향에 따라 함축된 의미가 매우 다른 것이다. 부유한 나라를 떠나 이주하는 사람들은 보통 대담한 모험가로 여겨지는 반면 그곳으로 들어오는 이주민들은 기생충처럼 묘사되곤 한다. 이민자들을 대하는 태도에도 전혀 일관성이 없다. 거주민들과 동화하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그들의 다른 점을 지키라고 주문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라고 하면서 그들의 문화유산을 지키라고 한다. 이러한 편견 속에서 이민자들은 인간 이하가 되었다가 초인이 되었다가 하며, 낭만적으로그려지다가 뭇매를 맞기도 하고, 찬사와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 P11

그 중 가장 긴 여행은 남아메리카 남단에 위치해 지금은 아르헨티나와 칠레 지역인 티에라 델 푸에고 Tierra del Fuego 군도로 가는 여정이었을 것이었다. 인류가 그곳에 처음 도착한 것은 약 만 년 전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주민들의 조상은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아시아를 지나 알래스카, 아메리카 대륙을 통과해 내려가 남극에 가장 근접한 인간 정착지인 남위 54도 이남에 도달했다. 최근까지 사람들은 북아메리카의 초기 이주민들이 대평원에서 어슬렁대는 큰 사냥감들을 따라 내륙으로 온 수렵민족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재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은 켈프 하이웨이 가설 Kelp Highway Hypothesis로 초기아메리카 이주민들은 사냥꾼들이 아니라 해안선으로 이동한 어부들이라는 것이다. 누군가는 ‘해물 뷔페‘라고 부를 정도로 온갖 식용 바다 생물로 가득한 해양계를 지탱해주는 거대한 해초 숲을 따라 이동했다는 것이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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