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빠를 그 전해에는 엄마를 마지막으로 본 뒤 뉴욕으로 돌아왔을 때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낯선 사람 같았고,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은 내 세상의 많은 부분과 무관하게 느껴졌다. 나는 정말로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두려운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밀려왔다. 바턴 집안의 식구들. 우리 다섯명-줄곧 그랬듯 정상적이지 않은-이 하나의 구조물로 내 머리 위에 떠 있고, 심지어 다 끝날 때까지 나는 그것이 거기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그런 느낌이었다. 나는 아빠가 돌아가셨을때 오빠와 언니가 어땠는지, 두 사람의 얼굴에 떠올랐던 당혹감이 자꾸 생각났다. 우리 다섯 식구가 정말로 건강하지 않은 가족으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고, 그러다 어느순간 나는 우리의 뿌리가 서로의 가슴을 얼마나 끈질기게 칭칭감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남편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가족들을 좋아하지도 않았잖아." 그뒤로 나는 더더욱 두려워졌다. - P194

야구장! 내가 야구장을 보고 감탄했던 게 기억나고, 선수들이안타를 치고 달리던 게 기억나고, 관리인들이 밖으로 나와 흙을판판하게 고르던 게 기억난다. 하지만 가장 생생한 기억은 해가지면서 햇빛이 근처 빌딩들, 브롱크스 지역의 빌딩들에 가 닿던장면이다. 그렇게 햇빛이 그 빌딩들을 비추고 나면, 이어 여기저기 도시의 불빛들이 켜지기 시작했다.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내 앞에 그 세상이 돌연 펼쳐진 것 같았다. 내가 하고 싶은말은 그것이다.
남편과 헤어지고 여러 해가 지났을 때, 나는 72번가를 걸어 이스트 강까지 산책을 하러 다녔다. 그 길을 따라가면 이스트 강이 바로 나오는데, 나는 거기서 그 강을 바라보며 오래전에 우리가 함께 구경하러 간 야구 경기를 떠올렸고, 내 결혼생활의 다른기억들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종류의 행복감에 젖어들었다. 그런 행복한 기억들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는 것, 그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하지만 양키스 경기에 대한 기억은 그렇지 않았다. 그 기억을 떠올리면 나는 전남편과 뉴욕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이 부푼다. 나는 지금도 양키스의 팬이지만, 내가 야구장에 다시 갈 일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것은 다른 삶이었다. - P203

대학 시절 내 룸메이트는 자기 엄마가 자기한테 잘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룸메이트는 엄마를 유난히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가을 그애 엄마가 치즈를 소포로 보냈는데, 우리 둘 다 치즈는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룸메이트는 그 치즈를 없애지 못했고, 다른사람에게 줘버리지도 못했다. "이 치즈를 그냥 둬도 괜찮을까?" 그녀가 물었다. "그러니까, 엄마가 준 거라서." 나는 이해한다고말했다. 그녀는 치즈를 바깥 창턱에 올려놓았고, 치즈는 그렇게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마침내 치즈 위로 눈이 쌓이기 시작했고, 우리 둘 다 치즈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었는데, 봄이 되자 치즈가 다시 형체를 드러냈다. 결국 그녀는 자기가 수업을 들으러갔을 때 치즈를 치워달라고 내게 부탁했고, 나는 그렇게 했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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