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빙하기 말, 얼음이 후퇴하고 지구가 대략 지금 정도로 따뜻해졌을 때 거대동물 150종 이상이 갑자기 사라졌다. 멸종은 대부분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유라시아에서 발생했는데, 마스토돈,
동굴곰, 털코뿔소 같은 유명한 짐승부터 과거 조슈아나무 종자를 퍼뜨리던 샤스타땅늘보처럼 덜 알려진 짐승까지 깡그리 절멸했다. 과거에 저 종들은 비슷하거나 더 심한 온도 변화에서도 살아남았기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온 변화만으로 대규모의 죽음을 설명하지 못한다고 믿는다. 플라이스토세 대살육, 즉 인간이 공격적으로 사냥에 나선 일이 다른 주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사냥 활동의 상대적인 중요성은 뜨겁게 논쟁 중이고, 아마 종과 상황에 따라 정도가 다를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교훈은 상호작용 그 자체에 있다.
기후변화가 급격한 시기에 생물이 받는 영향은 다른 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으로 증폭된다. 이 사실은 왜 과거의 어떤 기후변화는 종의 미미한 재정비를 촉진하는 수준에서 그친 반면에 다른 경우는 대량멸종으로 이어졌는지를 그리고 왜 서식지와 집단에 따라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달랐는지를 설명한다(예를 들어 에오세 초기의 해양 플랑크톤). 탄력성이 발휘되는 데는 상황이 중요하다. 자연이 창을 든 소수의 사냥꾼 무리보다 훨씬 더 끔찍한 스트레스 요인을 맞닥뜨린 오늘날의 위기 상황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 P277

군사 계획자들은 ‘위협 승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역사학과 생물학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기후변화에 대한 최고의 묘사다. 과학자들도 이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전략 및 외교영역에서도 차츰 쓰이고 있다. 파커가 책의 에필로그에서 강조했듯이 기후로 스트레스를 받았던 17세기의 패턴이 똑같이 기후로 스트레스를 받는 21세기에 되풀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날씨에서 극단적인 정치까지, 2000년 이후 무력 충돌이 40퍼센트나 증가한 것을 포함해 최근에 발생한 사건들의 배후에 있는 기후의 신호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일례로 시리아내전은시리아 역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무너져가는 농장에서 벗어나 붐비는 도시로 이동한 100만 명 넘는 실향민의 절망에서 부분적으로 촉발되었다. 많은 압박이 아랍의 봄이라는 저항운동을 일으켰지만 초기의 결정적인 시위는 빵이 부족해 시작되었고, 이는 전년도에 러시아와 캐나다를 휩쓴 폭염과 밀농사 실패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주는 사람들이 떠나는 곳과 가고 싶은 곳의 명백한 차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 P283

달라지는 기후 앞에서 생물들은 손 놓고 포기하지 않는다. 조정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조정한다. 물론 어떤 것은 성공하고 어떤 것은실패한다. 그 이유를 생각하다 보면 우리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예를 들어 자연에서 종의 서식범위 이동이 확산하는 것은 인간 자신의 이동이 늘어난 현상에 관해 말해준다. 물고기, 곰 등 다른 종이 적응하는 모습을 관찰하면서우리 행동의 경향에 대한 경각심을 얻게 되고, 지구가 더워지면서 인류의 놀라운 가소성이 앞으로 얼마나 더 중요해질지 깨닫게 된다. 모델과 예측은 불안정하고 심지어 혼돈의 미래를 그린다. 그러나 자연은 영감을 주는 탄력성의 예로 가득 차 있다. 위기에 반응해 나비가 더 큰 비행근을 진화시킨다면 우리도 최소한 몇 가지 행동은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예를 들면 이동 수단을 결정하거나 온도조절기를 설정하는 방식 같은 것들 말이다. 그리고 도마뱀이 한 세대 만에 발가락 패드로 붙잡는 힘을 키워낸다면, 우리도 불필요한 비행은 취소하거나 방에서 나올 때 불을 끄는 일의 동기를 찾을 수 있을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다른 생물의 대응은 매일 우리 가까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는 행동을 촉구하는 지속적인 요청으로, 우리인간도 동물과 식물에 영향을 미치는 힘에 똑같이 지배받고 있다는사실을 상기시킨다. 앞으로 우리의 선택은 다음번 자연에 닥칠 일뿐아니라 그 안에서 우리의 자리까지 결정할 것이다. - P292

심지어 최상의 탄소 배출 시나리오에서조차 온난화의 영향력은 오랫동안 관리되어야 할 과제로 나타난다. 이때 다른동식물의 삶은 그 과정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다른 생물의역경과 대처를 이해한다고 해서 위기를 덜 걱정하게 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똑똑하게 걱정하게 될 것이다. 합당한 연구비를 제대로받지 못하는 과학자들에게, 기후와 보전 전략을 세우는 정책 입안자들에게, 미래의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한 윤리적·정서적 필요를 탐색하느라 분투하는 모두에게 기후변화 생물학이 나쁜 시작점은 아니다. 이는 우리 자신과 다른 모든 종을 위한 걱정스러우면서도 흥미진진한 여행이 될 것이다. 우리가 제대로 해내길 바란다.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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