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들어 그러한 경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봄철 온도가 상승하면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수컷 목도리딱새의 이마 얼룩이 매력을 상실했거나, 유지 비용이 높아졌기 때문일것이다. (커다란 얼룩은 경쟁자와의 충돌을 더 많이 일으킨다. 뜨거운 날씨에 벌이는 싸움은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마가 번쩍이는 수컷은 자손을 덜 낳게 되었고, 그러면서 모든 세대에서 얼룩의 크기가 줄고 있다. 이는 놀라운 진화적 반전이지만, 많은 생물학자가 이미 이 변화를 더 넓은 경향성의 일부로 본다. 성선택은 매력으로 작동하지만, 결국 여기에도 단순한 경제 원리가 적용된다. 사치스러운 장식에 에너지를 쓰는 것은 그에 따른 이익(예컨대 더 많은 자손을 낳는 것)이 비용보다 클 때만 의미가 있으며, 경쟁이 격렬할수록 그 차이는 크게 줄어든다. 여기에 추가로 기후변화에서 오는스트레스가 그 균형을 뒤집는다면, 한때 긍정적이었던 특징은 빠르게 저해 요소로 변질되어 생존을 방해하고 생식을 줄이거나 적어도낭비된 투자로 만들 수 있다. 큰가시고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큰가시고기 수컷은 선홍색 배와 파란 눈, 재빠른 지그재그 유영을 조합해 암컷의 주의를 끌어왔다. 그러나 바다가 따뜻해지면서 조류가 많이 자라 시야가 탁해진 탓에 원래의 요란한 구애는 의미를 상실했다. 큰가시고기에게서 화려한 색깔과 지그재그 영법은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자길 볼 수도 없는 상대를 위해 뭐 하러 옷을 차려입고 춤을 추겠는가. - P183

 그런데 성선택 말고도 측정하기 어려운 또다른 진화적인 힘이 있으니, 바로 무작위성이다. 특히 개체군의 크기가 작은 경우라면 우연도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 엠앤엠즈 초콜릿, 또는 색깔 있는 사탕으로 이 원리를 설명할 수 있다. 초콜릿이 든봉지에 손을 넣고 넉넉히 두 움큼쯤 꺼내 보면 아마 모든 색깔이 조금씩 골고루 들어 있을 것이다. 이는 크기가 큰 개체군이 다음 세대로 유전적 다양성을 전달하는 방법과 유사하다. 그러나 봉지 안에서 초콜릿을 단 몇 개만 꺼낸다면, 손바닥 위의 작은 집단은 봉지 속의 전체 개체군과 딴판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어떤 색깔은 드물거나아예 없을 수도 있고, 한 가지 색깔이 우점할 수도 있다. 그건 적응력이나 적합도 때문이 아니라 순수한 뽑기의 운 때문이다. 생물학자들은 그런 무작위성을 유전자 부동이라고 부른다. 이는 어떤 개체군에서든 어느 정도 존재하는 유전자 추첨이다. 이 무작위성의 영향력은 축소되거나 격리된 개체군에서 훨씬 강력해진다.‘ 이것이바로 살 곳을 잃고 있거나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소규모 집단으로 흩어진 종이 직면한 시나리오다. 살아남은 개체군은빈약한 유전적 다양성을 물려주며 시련의 흔적을 오래 유지할 것이다. (다시 한번 앞의 예로 돌아가자면 고작 몇 알의 초콜릿으로 구성된 집단의 후손이 잃어버린 색깔을 이른 시간 안에 다시 발명해낼 것 같지 않다는 말이다.)과학자들은 기후가 이끄는 유전자 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안다. 이는 수학적인 측면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효과를 다른동식물 개체군에 미치는 영향, 또는 파편화하고 수를 줄이는 다른 요인과 분리하지 못했을 뿐이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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