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의사가 본 것이 우리가 그러고 있던 장면이었다. "숙녀분들." 그는 눈을 감은 엄마의 모습을 보자. 말을 하다 말고 멈추었다. 그는 병실 안에 들어온 채 그대로 서 있었고, 그와 나 둘 다엄마가 정말로 잠들었는지, 아니면 다시 눈을 뜰지 잠시 지켜보았다. 우리 둘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그 순간, 내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우리 가족이 시내로 나가면, 이따금 나는 낯선 사람에게 달려가 이렇게 말하고 싶은 절박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저 좀 도와주세요. 제발요. 제발요. 저 좀 저기서 빼내주세요.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물론 그러지는 못했다. 본능적으로 나는 어떤 낯선 이도 도와주지 않을 것임을, 그런 엄두는 내지 않을 것임을, 결국 그런 배신행위는 상황을 더욱악화시킬 뿐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엄마를 지켜보다 시선을 의사에게로 돌렸는데, 본질적으로는 이 의사가 내가 과거에 바랐던 그 낯선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내 얼굴에서 뭔가를 읽었는지 돌아섰고, 나도 아주 잠시 그의 얼굴에서 뭔가를 읽은 것 같았다. 그가 손을 들어 다시 오겠다는 표시를 했고, 그가 나간 뒤 나는 오래전의 그 익숙하고 어두운 무엇속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엄마의 눈은 그뒤로도 한동안 감겨 있었다. 지금까지도 나는 엄마가 잠이 들었던 건지, 아니면 그저 나를 피하려 했던 건지 알지 못한다.  - P96

나는 애써 울음을 참느라 한동안 간호사실 쪽에 있는 의자에앉아 있어야 했다. 치통이 옆에서 나를 감싸안아주었고, 그렇게해준 그녀를 나는 지금도 사랑한다. 가끔 나는 테네시 윌리엄스가 블랑시 뒤부아의 이런 대사를 썼다는 사실에 슬퍼진다. "나는 늘 낯선 사람들의 친절에 의지하며 살았어요." 많은 사람들이 낯선 사람들의 친절을 통해 여러 번 구원을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것도 범퍼스티커처럼 진부해진다. 나는 그 사실이 슬프다. 아름답고 진실한 표현도 너무 자주 쓰면 범퍼스티커처럼 피상적으로 들린다는 사실이. - P98

그가 무뚝뚝하게 말했다. "지난밤에는 무서우셨을 거예요. 혈액 감염이 보여서 CAT 촬영을 해볼 필요가 있었어요. 열이 내리고 고형 음식물을 삼킬 수 있게 되면 퇴원시켜드리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아주 달라져 있었고,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찰싹찰싹 때리는 것 같았다. 내가 말했다. "네, 선생님." 하지만 그를 쳐다보지는 않았다. 나는 이런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은 지치게 마련이라는 것을, 마음, 영혼, 혹은 몸이 아닌 뭔가에 우리가 어떤 다른 이름을 붙이건 그것은 지치게 마련이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그것이야말로 대체로, 일반적으로-자연이 우리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내 생각에 잘은 모르지만 그 또한 지쳐가고 있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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