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일정의 마지막 밤, 그동안 측정한 수치를 분석 프로그램에넣고 돌리자마자 심상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 분명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살아남은 도마뱀, 즉 두 번의 허리케인에도 날아가지않고 나무에 단단히 붙어 있던 놈들은 확실히 발가락의 둥근 패드가 더 크고 앞다리도 길었다. 낙엽 청소기 실험으로 드러났듯이 바람에 날려가지 않고 물체를 꽉 움켜잡는 데 필요한 형질이었다. 게다가 이 도마뱀들은 뒷다리가 짧았는데, 가장 센 바람을 맞으며 몸이 바람에 날려 펄럭일 때 항력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이후 도니휴 연구팀은 다양한 통계 실험을 거쳐 검증을 마쳤다. 이들이 연구한 도마뱀 개체군은 자연선택을 거쳐 불과 6주 만에 확실히 달라졌다. 이로운 형질을 가진 개체가 선호되는 변화, 즉 적자생존이 일어났던 것이다. 허리케인이 진화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 P176

 허리케인이 흔한 곳일수록 도마뱀의 발가락 패드가 확실히 더 컸다. 나무를 꽉 붙잡는 능력에 대한 자연선택이 실제로 고정된 방향성을 보인 것이다. 그리고 도마뱀이 오랜 기간 주기적으로 극한의 바람에 노출된 곳에서는 그 발과 다리가 모두 영향받았다. 이는 터크스케이커스제도에서 얻은 결과가 더 큰 그림의일부라는 암시였고, 그렇게 도니휴의 연구는 기후변화 생물학의 최전선에 자리 잡게 되었다. "바로 그것이지요." 그가 동의했다. 날씨에반응해 실시간으로 일어난 진화를 확인함으로써 도니휴는 기후변화가 종의 행동은 물론이고 종 자체를 변형시킨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 사람 중 한 명이 되었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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