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번지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 아래서의 일상도 비슷하다. 노인은 고기 배를 따며 하늘을 보고, 사내는아침마다 선착장에 나가 차표에 구멍을 뚫는다. 아이의 키는 무럭무럭 자라 예전의 팬티가 맞질 않고, 이제는 오줌도 지리지 않게 되었다. 섬 어귀에는 마을에서 제일 높은 등대가 있다. 등대 위에는 파랗게 이끼 낀 경비행기 하나가 유물처럼 박혀 있다. 깨진 유리창 안에는 이따금 새들이 날아와 알을까고 간다. 사람들은 모두 떠났다. 그들은 누군가 등대 아래 갖다 놓은 블랙박스를 들고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를 내며사라졌다. 추락 전, 30분간의 녹음내용은 블랙박스 부품의 손상과 잡음 때문에 대부분 해독되지 못했다. 조종자도 사라지고 국적도 불분명한 비행기의 추락 사고는 몇 가지 의문점만 남긴 채 사람들 기억에서 잊혔다. 다만 그들은 블랙박스안에서 들릴 듯 말 듯 녹음된 조종자의 마지막 메시지 하나를간신히 건질 수 있었는데, 그것은 단 한마디, ‘안녕‘ 이었다고한다. - P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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