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룬힐데 폼젤의 생애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그녀를 나치의 단순가담자로 비판한다면 당연히 이런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는 제3제국 시절 단순가담자들의 행동과 비교해서 과연 얼마나 다른가? 우리는 극우주의자들의 그런 선동적인 연설이 우리를 어디로 끌고 갈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이미 오래전에 아주 심각한 무지와 무관심의 단계에 도달한 것이 아닐까? 그 옛날 아돌프 히틀러나 베니토 무솔리니가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진 자기들을 구해 줄 거라고 믿었거나, 두 사람이 권력을 잡았을 때 최소한 암묵적으로 동조했던 세대들과는 달리 오늘날의 우리는 역사에 대한 지식을 근거로 그런 독재의 결과를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런데도 다수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행동한다. - P274

하지만 사실 젊은 세대 중 많은 사람이 좋은 교육을 받았음에도 그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는 특히 유럽에서 2008년 금융 위기 발발과 유로 위기 이후 청년 실업률이 신기록을 세운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같은 나라와 동독 일부 지역에 해당된다. 유럽과 미국의많은 젊은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들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생활 수준과 삶의 질 면에서자신들의 부모를 도저히 넘어설 수 없을 뿐 아니라 따라가지도 못할 것을 염려하는 첫 세대이다.>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분석이다. 이로 말미암아 한편으론 분노와 증오가 다른 한편으론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체념이 생겨난다. 정치 참여로도 자신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거라는 체념이다. - P279

그러나 통제되지 않는 금융 산업과 그 파장으로 인한 자유민주주의의 파괴 시나리오는 늦어도 1990년대 말에는 미국에서 다시 점화되었다. 빌 클린턴(1993년~2001년 재임)의 대통령직 이후 미국의 민주당과 좌파, 자유주의 세력, 영국의 신노동당, 그리고 유럽의 사회 민주주의 세력들은 경제학자들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금융 시장이통제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굴복하고 말았다. 이어 토니 블레어의 영국에서는 복지 정책의 축소가 게르하르트 슈뢰더의 독일에서는 <어젠다 2010>이라는 구호 아래 복지체계의 후퇴, 힘겹게 쟁취한 노동 시장법칙의 와해, 그리고 노동조합의 약화가 진행되었다. 복지정책의 축소와 함께 금융 시장의 엄청난 팽창과 저임금 시장의 증가가 이어졌고, 그로써 좌파들은 자신들을 찍어 준유권자들을 결과적으로 배신하게 되었다. 노동자와 중하층시민들이 바로 그 지지자들인데, 이들이 오늘날 극우로 돌아섰다. 여기서 점점 뚜렷해지는 것은 민주적 정치 엘리트들의 무지와 직무유기다. 그들은 서구 사회의 분열에 책임이 있고, 그로써 우익 포퓰리스트들이 뿌리를 내리는 데 일조했다. - P292

일반적으로 포퓰리스트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비현실적인 약속을 남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권력을 잡거나권력에 참여하게 되면 곧장 약속과 현실 사이의 불균형에 빠진다. 근자의 역사에서는 우익 포퓰리즘 정부와 정부 참여자들이 대체로 다음의 두 경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여주는 예는 충분하다. 즉, 유권자들의 관심을 정반대 방향으로 돌리든지, 아니면 내부 다툼으로 정당이 와해되든지 둘중 하나다.  - P305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극우 선동가들은 민주주의에 해를 끼치는 일이라면 어떤 것도 마다하지 않기때문이다. 그에 대한 책임은 서구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있다. 시장의 힘을 과도하게 키운 것도 바로 신자유주의적정책이다. 그로써 사회적 연대를 약속했던 사회 계약은 해지되었다. 때문에 우리는 민주주의적 가치들이 의문시되는 전환점에 서 있다. 만일 남아 있는 민주 정당과 중도 시민들이 이 계약을 어떻게 새로 체결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면 향후 수년 안에 우익 포퓰리즘의 물결이 온 유럽을 휩쓸면서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제 온건한 시민층과 모든 사회 엘리트들은 과거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증명해야 한다. - P3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