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엘리트들이 자신들을 양극화된 정보 세계에 가둬놓을수록(실제로 그렇다) 그들은 더 양극화한 방식으로 행동하며, 이는 결국 시스템을 양극화한다. 폭스 뉴스는 공화당을 자극해서 여러 번의 정부 셧다운을 초래했고, 트럼프의 가장 공격적인 수사 대부분은 음모론자들이 그에게 떠먹이는 보수 미디어에서 나왔다. 실제로 민주당 하원의원들이 트럼프 탄핵을 시작한 것은 인터넷 매체 《브레이바트》의 선임 편집인인 피터 스와이저Peter Schweizer가 밀어붙이고 폭스 뉴스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일련의 반反바이든 음모론을 트럼프가 믿었기 때문이었다. 미국인 대부분은 헌터 바이든Hunter Biden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고, 우크라이나 검찰에 대한 막연한 이야기를 믿은 건 더더욱 아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헌터 바이든이 그의 행정부를 수사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몰아넣었다고 설득당했고, 이것은 미국 정치사를 바꾼 일련의 사건들을 촉발했다 (2019년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의 활동과 세금 문제에 대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수사를 요청하면서, 거부할 경우 미 의회가 승인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철회할 것이라고 했다는 내용이 8월경 내부 고발로 밝혀졌다. 결국 이 사안은 12월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의결로 이어졌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헌터 바이든에 대한 특검을 법무부에 종용했고, 트럼프 축 인사들은 우크라이나 검찰이 바이든 측의 압력으로 기소를 포기했다고 주장했다―옮긴이.) - P207

정치는 무엇보다도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가장 많은 권력을ㅍ행사하는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며, 이런 사람들은 정치화한 미디어를 선택한다. 그들은 그들의 인식을 바탕으로 정치 시스템을 만든다. 나머지 국민은 더 많이 양극화한 선택지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고, 그러고나면 선택지들은 양극화한다. 기억할 것은, 정당 간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무관심한 사람들마저도 한쪽을 선택하기가 쉬워진다는 점이다.
저널리스트들은 이러한 힘에 면역이 없다. 우리가 양극화한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기 시작할 때, 우리는 더 양극화한다. 나 또한 이런 변화를 경험한 적이 있고,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 것도 목격했다. 우리가 리트윗하기를 좋아할 때, 또는 주된 피드백이 소셜미디어상의 당파성중독자들에게서 나올 때, 그것은 미묘하지만 확실하게 뉴스 판단을 왜곡한다. 이것은 저널리스트들이 취재하는 사람과 내놓는 이야기를 변화시킨다. 언론이 정치를 좀 더 양극화한 방식으로 다루면서 양극화한 청중들의 취향을 기대하거나 흡수할 때, 정치 현실은 더욱 양극화한다. - P208

나는 내가 속한 업계가 내린 구체적인 결정에 비판적이지만, 문제는 피할 수 없다. 뉴스 미디어는 정치계의 수많은 배우 가운데 하나가아니라, 가장 강력한 배우다. 언론은 정치인들이 하는 일과 대중이 아는 것 사이의 1차 중개자다. 이런 상황을 회피하는 방법은 우리가 취재하는 것에 대한 결정을 뉴스 가치라는 개념에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단순히 뉴스 가치가 있는 것을 취재한다면, 뉴스거리를 결정하는 사람은 우리가 아니다. 책임은 뉴스 가치성에 대한 중립적인 외부의 판단에 있다. 문제는 그 누구도 뉴스 가치성에 대한 엄격한 정의를갖고 있지 않고, 하물며 그들이 따르는 정의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 P209

 현실에서 뉴스 가치성은 중요한 것. 새로운 것, 터무니없는 것, 갈등을 빚어내는 것, 비밀스러운 것혹은 흥미로운 것 들의 조합이다.
뉴욕대학교 방송언론학 교수 제이 로즌Jay Rosen 은 이렇게 말한다. "미국 언론이 정의하는 것처럼. 뉴스 가치성은 어떤 일관성을 갖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걸 방송언론학계는 줄곧 알고 있었습니다. 뉴스 가치성은 단지 뉴스를 생산하기 위해 가끔 합쳐지는 요소들의 목록일 뿐입니다. 뉴스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나열한 것 말고는 거기엔 논리가 전혀없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장점이 있다면 편집자들이 ‘이것은 뉴스다‘
‘저것은 뉴스가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유를 준다는 것입니다. 즉 저널리스트가 어떤 것이 뉴스라고 판단하면 뉴스가 되는 겁니다.
그러나 저널리스트들은 무엇이 뉴스 가치가 있는지 결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이기를 원하지 않기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육 정책은 안보 정책의 절반만큼만 뉴스 가치가있다고 말하면, 엄청난 비난을 살 것이다. 요점은 그 결정이 무엇이건간에 결정이 내려진 것이란 사실을 숨기는 것이다. 뉴스 가치성이 계측기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며 저널리스트의 판단과는 무관한 기준인 듯느껴진다면 가장 좋다.
그래서 뉴스 가치성에 관한 판단은 종종 전염성이 있다. 그 무엇도 하나의 결정이 다른 모든 사람이 결정하는 것과 동일하게 이뤄진다는 사실을 숨길 수 없다. 뉴스 가치성으로 가는 지름길은 다른 뉴스 매체들이 기사를 다루는가 또는 다루지 않는다. 만약 기사로 다루어진다면, 그것은 정의상 뉴스 가치가 있는 것이다. 지금 시대의 뉴스 가치성으로 가는 지름길은 소셜미디어상의 바이럴성이다. 만약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의상 뉴스 가치성이 있는 것이 된다. 두 경우 모두 다른 매체와 소셜미디어를 근거로 삼은 동어반복이다. 즉, 우리가 취재하는 것은 모두가 취재하고 있으므로 뉴스 가치가있고, 모두가 취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것이 뉴스 가치가 있다는 증거다. - P212

대통령 선거운동의 초점이 부동층 설득에서 지지 기반 동원으로이동했다는 사실은 노스이스턴대학교 정치학자 코스타스 파나고풀로Costas Pungopoulos가 「지지 기반에 관한 모든 것 All About That Base」이라는 연구에서 입증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1956년부터 선거에 관해 조사할 때마다 선거 캠프에서 유권자들과 얼마나 접촉했는지 질문했다. 과나고풀로스는 무당파, 온건 당원, 강성 당원 중 누가 가장 연락을 많이받았는지 조사했다.
1956년에는 무당파의 20%와 강성 당원의 17%가 한 선거 캠프에서 온 연락을 받았다. 2012년에는 무당파의 32% 와 강성 당원의 45%가 선거 캠프에서 온 연락을 받았다. 파나고풀로스는 2004년이 아닌2000년이 지지 기반 동원이 설득을 앞지르기 시작한 시점이었음을 알아냈다. 그해에 부시 선거 캠프는 무당파의 17%, 공화당 열성 당원의39%와 접촉했다. 추세는 명확해졌다. "대통령 선거 전략은 무당파, 결심이 서지 않는 유권자, 부동층을 설득하는 것보다는 지지 기반 동원을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선거에 있어서 큰 변화를 겪었다. 정당들이 인구 통계나 철학적으로 분류됨에 따라, 결심이 서지 않은 사람으로 남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혼란의 한가운데 있기는 쉽지만, 틈새에 있기는 어렵다. 더 양극화한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선거 전략을 변화시킨다. 더 양극화한 전략들은 유권자들을 더욱 양극화한다. 그 순환은 계속된다. - P220

마켓대학교의 정치학자 줄리아 아자리 Julia Azari는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당파성은 강하지만 정당은 약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자리의 생각이 옳다. 그리고 이것은 트럼프의 부상, 이념적으로 극단적인 후보들의 성공, 카리스마 있는 선동가가 정치판을 휘두를 가능성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통찰 가운데 하나다. 이 책의 도입부에서 나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트럼프처럼 비정상적인 후보가 공화당예비선거에서 승리하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그렇게 큰 몫을 차지할 수 있었을까? 약한 정당과 강성 당원이 답이다.
••••••
50년 전이라면 트럼프 또는 클린턴이라는 양단간의 결정 훨씬 전에 공화당 엘리트들이 트럼프를 막았을 것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당직자들이 정당 후보자 지명을 통제했다.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는 유일한 방법은 전당대회에서 대의원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념보다 중요한 것은 당 간부들의 설득하는 일이었다. 후보 지명을 받기 위한 교섭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고, 특히 대의원 과반을 확보한 후보가 없는 경우 더더욱 그랬다. 1924년, 민주당 대의원들은 존 데이비스John W.
Davis를 지명하기 전에 100번 이상의 투표를 거쳤다. 이러한 중재 전당대회( 과반수의 표를 얻은 후보가 없을 때 당 지도부가 특정 후보의 지지를 호소한 후 재투표하며 대통령 후보를 선정하는 미국의 경선 방식을 말한다- 옮긴이)를 두고 나온 현대적 비유가 ‘연기로 가득 찬 막후 밀실‘이다 이후 두 정당 모두 대통령 후보 지명 절차를 당 예비선거로 넘겼다. 이는 후보자 선정 기준이 당 간부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경선 투표에 참여하는 정당 지지자 극소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느냐에 달렸음을 의미한다(예를 들어, 2016년에는 30% 가량의 유권자들이예비선거에 참여했는데, 이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였다). 이로 인해 정당은 약해지고, 열성 당원들은 강해졌으며, 미국 정치 시스템은 선동가들에 더욱 취약해졌다. - P2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