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에서 시지각과 시각적 표상의 유사점을 관찰한 사례는 최소한 한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1년, 영국의 신경과 의사 헨리 헤드와 고든 홈스는 후두엽에 미미한 손상을 입은 이로 인해 완전 실명은 아니지만 시야에 맹점이 생긴 환자 다수를 진료했다. 그들은 환자들에게 상세한 질문을 던져서 맹점이 나타난 지점이 심상이 나타난 지점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1992년에는 마사 패라가 이끄는 연구진이 후두엽절제술로 인해 한쪽 눈의 시각을 부분적으로 상실한 한 환자의 사례를 보고했다. 그 환자는 마음의 눈의 시야각도 축소되었는데, 시각을 상실한부위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시각적 표상 기능과 시지각 기능에서 최소한 일부 요소는 분리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사례는 1986년에 머리에 부상을 입은 뒤 완전색맹이 되어 나와 상담했던 화가 씨의 경우였다.  1 씨는갑자기 색 지각 능력을 상실하고 비탄에 빠졌지만, 색을 기억할 수도 마음속에 그려볼 수도 없다는 사실을 더더욱 고통스러워했다. 심지어 이따금씩 나타나는 시각편두통 증상에서도 색이 빠져 있었다. 1 씨 같은 환자들의사례는 지각 기능과 표상 기능이 시각피질의 위쪽에서 아주 밀접하게 쌍을 이루고 있음을 시사한다.  - P256

"정상 시력인 친구들은 저와 함께 여행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제가 질문을 던지면 친구들은 보지 못할 뻔했던 것을 발견합니다. 눈이 보이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보지 못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이건 일종의 호혜 관계예요. 서로의 세계를 풍부하게 만들어주거든요."
여기에 내가 풀 수 없는 (그러나 기분 좋은)역설이 하나 있다. 경험과 기술 사이에, 세계를 직접 경험해서 얻은 지식과 무언가를 매개로 얻은 지식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 맞다면, 언어는 어떻게 그렇게 강력한 힘을 발휘할까? 가장 인간적인 발명품인 언어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언어가 있기에 우리 모두가, 그러니까 선천적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까지도, 다른 사람의 눈으로 세계를 볼 수 있지 않은가.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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