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머니에게 대답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내가 줄곧 원해 온 것은 글쓰기였고, 오직 그것만을 하고 싶다고, 그것만을, 그녀는 질투하고 있었다. 아무 대답 없이 흘깃 보더니 이내 시선을 돌리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잊을 수 없는 그 몸짓, 내가 맨 먼저 떠나가게 될 것이다. 어쨌든그녀가 나를 잃기에는, 여기 있는 이 아이를 잃기에는 아직 몇 년이 남아 있다. 아들들의 경우에는 두려워해야 할것이 없다. 그러나 이 딸애는 어느 날엔가는 떠날 것이며,
데이트도 하게 될 것이다. 어머니는 그런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프랑스어 과목 일등. 담임이 그녀에게 말했다. 부인, 부인의 따님이 프랑스어 과목에서 일등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아무 말도 안 했다. 한마디도 전혀 만족한 기색이 아니었다. 프랑스어 과목에서 일등을 한 것이 아들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듣기가 싫어서 어머니는 이렇게 물었다. 언제 수학에서도 그럴 때가 올까요? 담임의 대답, 아직 그렇게는 못 되지만 그럴 때가 오겠지요. 어머니가 물었다. 그때가 언제일까요? 담임의 대답. 따님이 수학 일등을 원할 때겠지요. 부인. - P30

그 남성용 모자에는 가난과의 인연이 담겨 있었다. 머잖아 집안에 돈이 들어와야 할 때가 닥쳐올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수입이 있어야 했다. 어머니 주위는 온통 사막과 같았다. 아들들이 바로 그 사막이었다. 그들은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터무니없이 비싼 땅값도 역시암담했다. 돈이 바닥나면 모든 게 끝장이었다. 유일하게 남은 것은 나날이 커가는 딸뿐이었다. 그 애는 언젠가는 이집안의 돈이 어떻게 해서 벌어들여진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딸애는 그 사실을 모르지만, 어머니는 딸이 나이 어린 창녀 같은 옷차림으로 외출하는것을 허락한 것이다. 그래서 딸애는 벌써부터 그런 몸치장을 할 줄 아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사람들이 그 소녀에게 갖게 될 관심을 그녀가 돈을 벌 수 있는 쪽으로 돌리기에충분한 것이었다. 그런 사실이 어머니를 미소 짓게 했다.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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