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며

나의 삶, 나의 기도

참으로 먼 길을 걸어왔다.
나는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 강산을 침탈하던 때에 태어나 해방과 분단,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젊은 날을 보냈다. 상처받고 신음하는 가난한 조국의 딸로 생명을 받았지만, 그래도 꿈을 보듬으면서 학창과 유학 시절을 싱그럽게 보낼 수 있었다. 유복한 가정과 배움의 기회를 부여받은 건 참으로 행운이었다.
1962년 남편 김대중과 결혼하면서 내 삶은 길고 험난한 여정을 시작했다. 남편은 수차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어둡고 쓸쓸한 감옥과 연금의 긴 나날들, 이국에서의 망명 생활 등은 신산하고 고통스러운 세월이었다. 남편이 차디찬 감방에 있는 기간에 홀로 기도하고 눈물로 지새운 밤도많았다. 독재는 잔혹했고, 정치의 뒤안길은 참으로 무상했다.
하지만 유신 통치와 제5공화국이 지속되는 고통의 심연 속에서 지순한 아름다움을 목격하기도 했다. 민주주의라는 우리의 ‘공동선‘을 실현하기위해 숱한 젊음이 스스로 고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수없이 많은 이의 거룩한 죽음과 투옥이 연이었다. 어떠한 억압과 시련 속에서도 의義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은 결코 절멸하지 않음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토록 수많은 국민의 소망이 헛되지 않아서 민주주의는 점차로 결실을 맺었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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