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는 많은 조선인이 북한으로 돌아갔고 더 많은 이가 남한을 택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느 나라에도 애정을 느낄 수 없었다. 유미에게 조선인이라는 것은 벗어날수 없는 가난이나 수치스러운 가족과 마찬가지로 또 다른 끔찍한 멍에일 뿐이었다. 왜 거기 가서 살아야 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자신을 결코 사랑해주지 않는 의붓어머니 같은 일본에 붙어 사는 것 또한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유미는 로스앤젤레스를 꿈꾸었다. 으스대는 거창한 꿈을 가진 모자수를 만나기 전에 유미는 어떤 남자와도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 이제 모자수에게 애정을 갖게 됐으니 함께 미국으로 가서 경멸을 받거나 무시를 당하지 않는 다른 삶을 꾸리고 싶었다. 여기에서 자식을 키우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P84

 "어떻게 더러운 것에서 깨끗한 것을 만들수 있겠어요? 엄마가 날 더럽혔어요." 노아는 선자에게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하는 말을 깨닫고 있는 것처럼 조용히 말했다. "난 평생 일본인들한테 내가 조선인 핏줄이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조선인들이 화가 많고 폭력적이고 교활하고 속임수를 쓰는 범죄자라는 소리를 들었다고요. 평생 이런 소리를 견뎌야 했어요. 난 백이삭처럼 정직하고 겸손하게 살려고 노력했어요. 절대 목청을 높이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이 핏줄은 내 핏줄은 조선인 핏줄이에요. 게다가 이제는 내가 야쿠자 핏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내가 어떻게 하든 절대 이 피는 바꿀 수 없어요. 차라리 태어나지않는 게 나았어요. 어떻게 내 삶을 망칠 수가 있어요? 어떻게 그리 경솔할 수가 있죠? 어리석은 엄마와 범죄자 아버지라니. 난 저주받았어요."
선자는 충격 어린 눈으로 노아를 바라보았다. 어린 아들이었다면 입을 다물라고 예의를 지키라고 부모를 모욕하지 말라고 야단쳤을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선자가 어떻게 폭력배들을 옹호할 수 있겠는가? 사방에 조직범죄자들이 있었고 선자는 그 사람들이 나쁜 짓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다른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많은 조선인이 폭력배 밑에서일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일본 정부와 좋은 회사들은 조선인들을 뽑지 않았고, 제대로 교육받은 조선인조차 고용하지 않았다. 이 모든 사람들은 일을 해야 했고, 그들 중 많은 사람이 선자네 동네에 살았다. 그들은 일을 아예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친절했고 공손했다. 그렇지만 선자는 이런 말을 차마 아들에게 할 수 없었다. 노아는 공부하고 일하며 이 거리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한 아이였고, 그렇게 하지 않은 모든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노아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었다. 선자의 아들은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느낄 수 없었다.
"노아야." 선자가 말했다. "나를 용서하래이 엄마가 미안타, 나는 그냥 니를 학교에 보내고 싶었데이. 니가 그거를 얼마나 바랐는지 아니까 니가 얼마나 열심히……."
"당신, 당신이 내 삶을 빼앗았어요. 난 더 이상 내가 아니에요."
노아가 손가락으로 선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노아가 돌아서서 기차역을 향해 걸어갔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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