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백신법정은 정당성을 입증할 기회를 제공했다. 청구인이 백신에 의해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타당성있게 입증하면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백신법정은 일부 유형의 상해에 대해서는 백신이 문제란 사실이 충분히 입증되었으므로 생물학적 기전에 대해 논쟁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했다. 예컨대 매우 드물지만 소아마비 백신은 실제로 소아마비를 일으킬 수 있으며, DTP 백신은 아나필락시스쇼크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자폐증은 사전 인정된 부작용에 해당되지 않았다. 변호사가 의뢰인을위해 보상을 받아내려면 자폐증이 백신과 관련이 있다는 이론과, 그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하고 소송의 주인공인 어린이가백신 접종으로 인해 자폐증이 생겼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다. 결코 만만한 장애물이 아니었다. - P669
최근 몇 년간 캘리포니아주의 자폐증 발생률을 추적해보는 것이었다.자폐증 발생률이 떨어지고 있다면 티메로살 이론이 맞는 것이었다. 2000년대 초부터 백신 제조사들은 대부분의 어린이용 백신에 티메로살을 사용하지 않았다. 새로운 밀레니엄에 태어난 어린이들은 백신을 통한 메틸수은 노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자폐증 역시 줄었을것이었다. 커비는 자칭 시민 케인Crizen Cam 이라는 블로거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2007년까지 3~5세 어린이 중 자폐증 진단이 감소하지 않는다면 자폐증-티메로살 가설에 치명타가 되겠지요." 마침내 마감 시점인 2007년이 되었지만 캘리포니아주의 자폐증 유병률은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올라갔다. 다시 일년이 지나자 유병률은 더욱 높아졌다. 이런 식으로 백신이 문제라는 주장은 끊임없이 반박당했다. 결국백신 반대 진영의 가장 큰 성취조차 서서히 해체되었다. 항상 주변부를 맴돌던 백신에 대한 불신은 자폐증이란 호재를 만나 주류 문화 속으로 급부상했다. 변화를 부채질한 것은 주류 언론이었다. 종종 과학자들과 백신에 반대하는 부모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식으로 과학과 근거없는 믿음이 거의 동등한 것처럼 보도했던 것이다. 이런 관행은 과학적 데이터가 쌓이면서 백신의 양면성이란 서사가 약화되기 시작한 2007년과 2008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퇴조했다. - P671
백신 논란의 와중에 오티즘 스피크스는 아무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선한 원칙과 과학의 충돌을 겪었다. 양극단의 지지층 사이에가로놓인 거대한 격차를 좁히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예방접종의 "입증된 효과"를 지지한다는 강령을 지닌 그들은 어느 누구의 비위도 거스르지 않으려고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했다. 동시에 백신이 혹시라도 유해할지 모를 가능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천명했다. 어느 쪽도 소외시키지 않으려는 태도가 양쪽을 모두 소외시키는 결과를 빚었던 것이다. - P683
백신이론을 믿고 오랫동안 지지해온 사람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매우 이례적으로 헤이스팅스는 판결문의 한두 문장을 할애하여 세디요 가족을 비롯한 자폐 가족들이 그런 이론을 확신하도록 부추긴 사람들을 꾸짖었다. 그는 다시 기울임체를 써가며 그들이 "매우 잘못된" 조언을 한 의사들과 다른 전문가들의 말을 믿었다고 썼다. "세디요 가족은 잘못된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고 지적하며 그는 이렇게 결론 내렸다. "개인적 견해로는 그 의사들이야말로 전반적으로 그릇된 의학적 판단을 내린 데 대해 유죄를 선고받아야 할 것이다." 통렬하고도 가혹한 일침이었다. 백신이론은 또 실패한 것이다. 나머지 가족들도 차례차례 패소했다. 항소했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다. 2010년 여름 마지막 항소 건이 기각되었다. 미쉘 세디요 가족이었다. 부모들을 부추겨 소송을 시작했던 변호사들은 한 푼도 건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바로 흥미를 잃어버렸다. 과학은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 P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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