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시작되었을 무렵 정말로 자폐증이 유행했다면 뭔가 원인이 있었을 것이다. 새천년이 시작되기 불과 몇 년 전에 나타난 것이라야 했다. 그때부터 자폐증 유병률이 치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과 영국에서 대부분의 어린이가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는것이라야 했다. 두 국가가 유행의 진원지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경로를 통해 어린이의 몸속으로 들어가 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야 했다. 최근에 등장한 것. 어디에나 있는 것. 몸을 침범하는 것. 그것이 무엇이든 이런 특징들을 지니고 있어야 했다. 1998년 겨울 런던에서마침내 용의자의 이름이 밝혀졌다. 바로 백신, 예방접종이었다. 소위 자폐증의 백신이론을 둘러싸고 벌어진 대혼란에 기름을 부은 것은 의료행위로 인해 어린이에게 자폐증이 생길 수 있다는 대중적 공포였다. - P611
저자들의 주장은 명백했다. MMR 백신 속 살아있는 홍역 바이러스가 장의 염증을 유발할지도 모르며, 이 염증은 다시 뇌의 염증을유발하여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것이 골자였다. 분명 흥미로운 생각이었지만 전적으로 가설에 불과했다. 논문은 부모들의 기억을 가장중요한 근거로 제시했다. 강력한 과학적 주장을 뒷받침하기에는 너무 빈약한 증거였다. 웨이크필드와 동료들 역시 논문의 전체적인어조를 통해 그것이 가설에 불과함을 사실상 인정했다. "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만약 그렇다면". 심지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말이 도처에 등장한다. - P613
물론 드문 일이지만, 불운하게도 의무적으로 예방접종을 받고 나서 자녀가 평생 앞을 못 보거나, 귀가 안 들리거나, 사지가 마비된사람에게는 이렇듯 논리적인 설명이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한다. 백신 때문에 사고를 당했다는 증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가족의 절망은 더욱 커진다. 가족의 관점에서 보면 가장 믿을 만한 증거는 시간관계다. 그런 증상이 거의 정확히 백신접종과 며칠, 심지어 몇 시간 차이로 나타났다는 사실이야말로 그들이 두 눈으로 똑똑히 관찰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적으로 관련된다고 인과관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웨이크필드가 MMR 백신과 어린이의 자폐행동을 연결시킨 것은 "시간상 선후관계", 바로 그것뿐이었다. 그럼에도 자녀를 연구에 참여시킨 열두 가족에게 웨이크필드의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설득력있는 데이터가 없다는 것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웨이크필드야말로 자신들의 말에 진정으로 귀기울여준 첫 번째 과학자였다. 어느 누구도 MMR 주사와 자녀의 질병이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을 타당하다거나 의미있다고 받아들이지않았다. 게다가 웨이크필드는 소화기 전문의였다. 소화기에 놀랄 정도로 문제가 많다는 것은 열두 명의 어린이에게 공통된 두 가지 문제중 하나였다. 또 하나는 자폐증이었다. 가족들이 보기에 두 가지 문제는 연관이 없을 수 없었고, 게다가 거의 동시에 시작되었다. - P617
문제는 주류 의학계에서 신뢰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확실성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며, 데이터를 모으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그때까지 웨이크필드 말고는 자폐증과 MMR이 관련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안전성에관해 전문가들이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증거는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뿐이었다. 불행하게도 그것은 부모들이 진정으로 묻고 싶은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니었다. 부모들은 이렇게 묻고 있었다. "MMR이 위험하지 않다는 증거는 어디에 있는가?" 이렇듯 확실한 답이 없는 초기 상황은 웨이크필드에게 더할 나위없는 기회였다. 또한 이로 인해 영국에서는 예방주사가 자폐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대중적 악몽을 불러일으키기에 매우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었다. 웨이크필드조차 연관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증거가 없음을 인정했지만 그 때문에 영국의 언론, 인간의 본성, 자폐증과 백신 사이의 관련성은 모두 한가지 공통적인 요소와 한데 묶였다. 바로 공포였다. - P623
그녀는 홍역을 언급하지 않았다. MMR 백신을 언급하지 않은 셈이다. 대신 배후에 전혀 다른 용의자가 있다고 지목했다. 그것은 수은이었다. 분명한 것은 백신에 수은이 들어 있으며, 수은은 잘 알려진 독성 물질이라는 점이었다. 1930년대부터 수은은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백신에 첨가되었다. 고무마개로 밀봉된 백신 바이알 속에는 여러 차례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이 들어 있었다. 주사할 때마다 바늘을 병 속에 찔러넣어 일회분을 흡인했다. 이론적으로 주삿바늘은 매번 완전히 멸균처리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때때로 살아있는 미생물이 주사액 속으로 들어가 병 속의 백신을 오염시키고 환자를 감염시키는 일이 때때로 벌어졌다. 1930년대에 이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일라이 릴리 사LilyangCompany 에서 티메로살thmerosal이란 제품을 개발했다. 티메로살은 항균 및 항진균 효과를 나타내는 분말로, 보통 용액 상태의 보존제로 사용되었다. 티메로살의 두 번째 음절인 ‘mer‘은 주성분인 ‘수은mercury‘에서 따온 것이었다. 분자량을 기준으로 수은은 티메로살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티메로살은 아주 조금만 사용해도(0.01퍼센트용액) 멸균 상태를 유지하는 효과가 뛰어나 수십 년간 비강 분무액에서 콘택트렌즈 보존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의 표준성분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의 보존제가 새로운 물질로 바뀐 뒤에도 제약회사들은 백신에 티메로살을 고집했다. 1990년대후반까지도 티메로살은 30종이 넘는 백신에 사용되었다. - P625
희한하게도 성명서는 권고안 중 어떤 것도 실제로 티메로살의 위험이 알려졌기 때문에 채택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현재 수준의노출이 유해하다는 데이터나 증거는 없다"고 주장하여, 이 점에 관한 한 절대적으로 확실하다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하지만 성명서의 나머지 부분을 보면 그런 확실성을 깎아내리는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백신을 맞고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 "알려지지 않았지만 개연성있는 매우 작은 위험"이란 말을 반복하면서, 앞으로티메로살을 사용하지 말자는 주장은 "모든 잠재적 위험에 대비한다"는 원칙 때문이라고 설명했던 것이다. 게다가 AAP는 당시 회장이던 조엘 알퍼트Joel Alpert 의 성명을 두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이 또한 명확한 의도와는 달리 믿음직하게 들리지 않는 바람에 정반대 효과를 내고 말았다. "현재 사용되는 티메로살의 수준은 어린이에게 해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수준을 더 낮춘다면 안전한 백신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두 보건단체의 명확하지 못한 메시지는 결국 미국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공중보건 지침이 되고 말았다. 또한 그것은 가장 예기치못한 결과를 낳았다. - P628
그때쯤에는 힘의 균형추가 너무 많이 기울어 보건의료 관료들이모욕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라도 티메로살과 자폐증 사이의 관련성을 믿는 사람들의 분노에 완전히 주눅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1970년대에 의회가 대중에게 부여한 권한을 이용하여 부모들은 정부측 과학자들의 내부 이메일, 메모, 회의기록 사본을 손에 넣고 혹시 정부에서 수은의 위험을 덮으려고 한 흔적이 있는지 꼼꼼하게들여다보았다. 2005년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라는 환경 전문 변호사는 회의록 중 하나를 근거로 《롤링스톤Rolling Stone》지에 "치명적 면역 Deadly Immunity"이라는 글을 기고하여 정부와 백신 제조사들이결탁하여 "티메로살의 위험을 감추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글을 "제도의 오만과 힘과 탐욕에 관한 소름끼치는 증례 연구"라고불렀다. 기사가 나가자 상원에서는 정부의 과학 공무원들이 금전적 이해상충을 비롯해 부적절한 행위를 저지르지는 않았는지 정식 조사에 돌입했다. 그 과정에서 국가 백신정책을 이끄는 사람들은 거의 피의자 취급을 받았다. - P635
오티즘 스피크스의 두 번째 우선순위는 "권리옹호"였다. 한번 거물조직으로 인식되자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오티즘 스피크스 로비스트들은 즉시 권력 심층부에 접근할 수 있었다. 밥 라이트나 그가 보낸 특사와 만나기를 거부하는 정치인은 없었다. 수년간이런 상황이 지속된 덕에 오티즘 스피크스는 주 의회들을 설득하여보험회사에서 자폐증 치료 비용을 급여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계속 승리를 거두었다. 그전까지 자폐 가족은 거의 항상 보험급여를 거절당했다. 자폐증은 의학적 질병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오티즘스피크스가 강력하게 밀어붙여 통과시킨 새로운 보험 관련 법안보다 물질적으로 더 큰 혜택을 준자폐증 "개혁"은 없었을 것이다. - P6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