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을 가져야 한다. 가까이 모시고 있는 대통령부터 멀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저 건너편 사람들까지를 말하는 것이다.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가졌던 ‘직‘을 맡는 순간부터는 ‘정치적입장‘은 버리는 것이 좋다. 우리는 국가 행사나 기념식, 추념식등을 준비하며, 종종 이 일이 ‘제사‘와 같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사이가 나쁘고 밉고 싫어도 제사상 앞에서 가족들은 억지로라도 서로를 참고 예를 다하려 한다. 그 자리에서 극적으로 화해하고 서로를 이해하기도 한다. - P423
윤석열 정부 청와대 폐쇄가 공식화되고, 대통령 임기 마지막날 자정에 개방 행사를 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몹시 언짢고 화가 났다. 다음 날 대통령이 취임식에 참석한다는 것을 알면서, 주무시고 계실 자정에 청와대를 개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뻔했다. 그 의도가 참 흉측했다. 제대로 된 취임식도 못 해드렸는데, 퇴임도 이렇게 쫓겨나듯하게 됐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대통령은 홀가분해하셨다. "잘 됐다. 밖에서 하루를 보내고, 취임식 참석 후에 양산으로 내려가면 되지"라며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했다. 계속 씩씩거리는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다. "아니 왜 이렇게 화를 내, 화내지 마. 탁 비서관은 계속 화가나 있는 것 같아." "화가 나니까 화를 내죠." 처음으로 혼잣말이 아니라 들으실 수 있을 만한 목소리로 툴툴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화를 내 본들 어쩌겠는가. 게다가 대통령은 좋다고 하시는데……… 퇴임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이다가올수록 사람들은, "대통령 퇴임하실 때 뭐 특별한 거 있지? 있겠지? 당연히 있겠지 뭐" 이렇게들 믿고 있는 눈치였다. 그제야 ‘아, 대통령이 싫다고 하셔도 뭐라도 해야겠구나‘ 싶었다. 대통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위해서 뭔가 준비를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430
마지막 순서로 대통령과 여사님을 무대 위로 모셨다. 그리고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대통령은 무대에 올라 나를 보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오늘 이 행사 누구 허락받고 하는 건가요? 탁 비서관 나한테 허락받았나요?" 나는 대답했다. "냅두세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대통령은 다시 한번 크게 웃으시며 말씀을 이어갔다. "오늘 이렇게 우리가 모일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밖에서 누가 뭐라고 하든, 오늘 이 자리에서처럼, 우리가 우리 스스로 해 온일들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우리 모두 함께 일한 것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으로 나도 여러분도 다 보상받은 겁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여사님도 짧게 한 말씀하셨다. "청와대에서 내가 제일 대통령을 위하고, 힘들고, 어려운지알았는데, 오늘 여러분들 말씀을 듣고 영상을 보니 이렇게 많은사람이 대통령을 위해서 일했구나 싶어 정말 고맙습니다." 두 분 말씀을 끝으로 이제 정말 행사를 끝내야 할 시간이 됐다. 퇴장 음악 <미스터 프레지던트>가 흘러나왔다. 나는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준비했던 마지막 멘트를 했다. "이제 대한민국 대통령께서 퇴장하시겠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환송해 주시기 바랍니다." - P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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