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432번, 작은 인간아. 밤에 취해 정신을 잃지 마라! 너와 함께 감방 안에 있는 것은 너의 불안일 뿐, 다른 것은 없어, 불안과 밤. 그러나 불안은 무시무시한 것. 밤은 우리와 단둘이 남겨지면 유령처럼 무시무시한 것이 된다.
달이 지붕 위를 구르면서 벽면을 비추었다. 멍청이 같으니, 너 말이다! 벽은 여전히 비좁고 감방은 오렌지 껍질처럼 텅 비었다. 신, 훌륭한 존재라고 불리는 신은 여기에 없다.
거기 있으면서 무언가 말했던 것은 네 안에 있는 거였다. 아마도 그건 네게서 나온 신이었겠지. 네가 바로 신이었다고!
왜냐하면 너 또한 신이니까, 모두 다, 거미도 고등어도 다 신이야. 신은 생명이다. 그게 전부라고. 그러나 그것들이 너무많아 신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그 밖에는 허무뿐이다.
그러나 이 허무라는 것이 자주 우리를 엄습한다. - P152

우리가 매일 아침 30분씩 작고 지저분한 녹색 잔디 주위를 맴돌았다는 말을 이미 이야기 했던가? 이 기이한 서커스장의 한가운데에는 빛바랜 한 떼의 풀줄기들이 모여 있었다. 창백하고 각각의 줄기 모습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이 참기 힘든 울타리 안에 갇혀 있는 우리 모습과도 같았다. 별 기대 없는 내 눈길이 살아 있는 것, 알록달록한 것을 찾다가 본능적으로 그저 무심히 몇 포기의 풀줄기로 달려가기 일쑤였다. 그러자 내 시선을 느낀 풀줄기들이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웅크려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나는 그 속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노란 점 하나를 발견했는데, 너른 들판 위에 놓여 있는 작은 게이샤 인형 같아 보였다. 나는 내가 발견한 것에 깜짝 놀라 모두가 그것을 목격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고, 내 눈이 노란 무언가에 가서박히기라도 한 것처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나는 내 앞사람의 슬리퍼로 재빨리 눈을 돌려 아주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함께 말하고 있는 사람의 코에 점이 있으면 거기에 계속 시선이 가서 상대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처럼, 그렇게 내 두 눈은 그 노란 점을 갈망하고 있었다.
이제 그 옆을 가까이 지나갈 때 나는 가능한 한 아무렇지 앓은 듯 행동했다. 나는 한 송이의 꽃을, 한 송이의 노란 꽃을 알아냈다. 그것은 민들레였다. 한 송이의 작고 노란 민들레였다. - P162

가로등, 밤, 별들
ㅡ 함부르크를 위한 시

나는 빛의 탑이 되고 싶다
바람 부는 밤이면 -
대구와 빙어를 위하여,
모든 배를 위하여-
한데 나 자신 스스로
난파선이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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