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대한민국 대통령께서
입장하고 계십니다

지난 5년 내내 ‘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부분 정치적 이해에 따른 비난이었다. 그래서 ‘쇼한다‘는 그 말이 나쁘게만 들리지는 않았다. 정치는 시작부터 끝까지 보여주는 일이다. 좋은 정치란 진실과 진심을 담아 보여주는 것이고, 나쁜 정치는 욕망과 욕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5년간 수행했던 모든 일은 정치의 범주 안에 있었다. 우리에게 쇼한다고 비난하는 사람치고 ‘쇼‘하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언젠가 했던 언론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쇼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들과 우리의 차이는 딱 한 가지밖에 없다. 누가 잘하고 누가 못하는가." - P5

"여기까지 오는 데 가족도 참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대통령의 말씀은 ‘누군가 대통령에게서 임명장을 직접 받는자리까지 오는 것은 대단한 업적인데, 그것은 본인의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가족의 헌신과 희생도 그에 못지않게 컸을 것이다‘라는 취지였다.
그때부터 우리는 임명장 수여식에 대상자뿐 아니라 대상자가족을 함께 초청하기로 했다. 대통령 말씀의 취지도 살리고 한가족의 아버지, 어머니, 딸, 아들이 가장 영예로운 순간에 가족과함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더 멋진 수여식을 위해 필요하다고생각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 내내 대통령이 직접 수여하는 임명장 수여식에는 꼭 그 가족이 함께 배석하는 원칙을 만들었다. - P45

 그 임명장 수여식에서 꽃다발 때문에 몇 년을 고생한 사람도 있었다. 행안부에서 의전비서관실로 파견을 나온 분이었다. 임명장 수여 주무 부처가 행안부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여식 업무가그분의 일이 됐다. 어느 날 그에게 지나가는 말로 "아니 임명장수여식에서 꽃 하나를 선물해도 좀 의미 있는 꽃을 했으면 좋겠어요. 매번 같은 꽃으로 하지 말고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이분이 그 말을 듣고 그때부터 정말로 꽃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금융위원장에게는 캐머마일 (역경을 이겨내는 힘과 소국(안정)으로 이뤄진 꽃다발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에게는 아스타(신뢰)와 천인국(협력)으로 구성된 꽃다발을, 민주평통위원장에게는 데이지(평화)와 은방울꽃 (반드시 행복해진다)으로 구성된 꽃다발을 전달하는 식으로 발전했다. 임명장 수여식이 한두 번도 아니고 임명된 사람에게 그때마다 어울리는 꽃을 찾는 일이 얼마나힘이 들까 싶기도 했지만, 꽃다발이 종종 언론에 화제도 되고 하니 잘된 일이었다.
어느 날, 좋은 기분에 함께 술 한잔하게 되어 그 자리에서
"거봐요. 담당자가 신경 쓰니까 바뀌잖아요. 언론도 그렇고 다들좋아하잖아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는 술에 취한 채 슬 픈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제가 공무원이지 플로리스트냐고요. 이제 웬만한 꽃집 주인보다 내가 꽃을 더 잘 알아요. 비서관님은 모르세요. 꽃말들을 찾아내느라 제가 얼마나 힘든지.
요즘은 꽃을 보면 꽃말이 먼저 생각나요."
‘플로리스트 ‘정‘, 그땐 미안했습니다. 앞으로 더 잘되실 거예요. - P47

"근데 미국 CIA 입구에는 돌아가신 분을 기리는 공간이 있잖아요? 우리는 그런 것이 없나요?"
"아, 우리도 있기는 한데 본관 입구가 아니라 별도 시설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런가요. 그런데 그 추모 공간이 본관 입구에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제대로 의미를 부여해 조성하면 직원들이 매일 오가며 생각할 수도 있고, 이번에 대통령께서 방문하시면 첫 일정을 그분들을 추모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대통령께서는 순직자들에 대한 예우가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서훈 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관계자들은 이러한 생각에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이러한 일은 기관이 스스로 하는 모양새보다 대통령이 그 의미를 부여해 주고, 그다음에 조성하는 편이 더자연스럽기도 했다. 국정원은 2017년까지 국정원에서 순직한 18분을 각각 ‘별‘로 형상화하고 그 아래에 이런 글씨를 새겼다.

소리 없이 별로 남은 그대들을 좇아
조국을 지키는 데 헌신하리라.

국정원 본관 입구에 있는 ‘이름 없는 별‘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대통령 방문이 계기가 됐지만, 이제 우리가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예우를 꼬박꼬박 챙기는 나라가 됐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비록 그들의 이름과 공적을 드러내지는못하더라도, 국가가 반드시 당신의 희생에 보답한다는 약속의 별이기도 했다. - P57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 있었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사건과 박근혜 정부 시절에 있었던 부산국제영화제 외압 사건에 대해 무척 안타까워하셨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고, 간섭하지 않으며 함께 즐긴다‘는 문화예술에 대한 대통령 철학은아마도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그래서 그날의 부산영화제 깜짝 방문은 대통령이 문화예술계에 가지고 있던 오랜 마음의 빚을 갚는 자리였을지도 모르겠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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