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만남도 없고 깊이도 없는 세대다. 우리에게 깊이는 끝 모를 나락이다. 우리는 행복도 없고 고향도 없고 이별도 없는 세대다. 우리의 태양은 희미하고, 우리의 사랑은 비정하고, 우리의 젊음은 젊지 않다. 우리에게는 국경도 없고제약도 없고 보호막도 없다 ㅡ 그런 우리를 경멸하는 사람들이 있는 세상으로 어린 시절 울타리에서 내쫓긴 세대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의 모진 바람이 몰아칠 때 우리의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신을 마련해주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신이 없는 세대다. 우리는 만남도 없고 과거도 없고 인정받지도 못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두 발과 마음을 뜨겁게 달구는 거리, 한 길 넘게 눈쌓인 거리를 헤매는 집시로 만들어버린 이 세상의 모진 바람이 우리를 이별 없는 세대로 만들었다. 우리는 이별 없는 세대다. 우리는 이별의 삶을 살 수 없으며, 또 이별의 삶을 살아서도 안 된다. 우리의 발길이 정처없이 거리를 헤매는 동안, 집시처럼 떠도는 우리의 마음에는 끝없는 이별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 P95
그러나 우리는 도착의 세대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별에, 새로운 삶에 다다르는 도착의 세대다. 새로운 태양 아래, 새로운 마음에 다다르는 도착의 세대다.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사랑에, 새로운 웃음에, 새로운 신에게 다다르는 도착으로 가득 차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별 없는 세대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도착이 우리의 것임을 알고 있다. - P98
네 명의 병사. 그러나 한 병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엄지손가락을 총에 대고 만지작거렸다. 위로 아래로, 위로아래로, 그러다가 총을 꽉 붙잡았다. 그러나 그가 이 총만큼 증오하는 것은 없었다. 그들 머리 위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울릴 때에만 그렇게 총을 꽉 붙잡았다. 기름 불빛이 그의 눈속에서 자지러들 듯 휘어졌다. 그때 담배를 말던 병사가 그를 밀쳤다. 중오하는 총을 잡고 있던 작은 병사는 깜짝 놀라 입가에 덥수룩하게 난 창백한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의 얼굴은 굶주림과 향수로 만들어졌다. - P127
거기에 머리 하나가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그것에는 향을 맡을 수 있는 코가 있었다. 도시를 바라보고 꽃을 감상할 수 있는 눈이 있었다. 빵을 먹을 수 있고 잉게 또는 어머니라고 부를 수 있는 입이 있었다. 총을 지급받은 두 명의 사내가 이 머리를 바라보았다. 발사, 한 사내가 말했다. 다른 사내가 총을 쐈다. 그러자 머리가 박살 났다. 그것은 더 이상 향을 맡을 수도, 도시를 바라볼 수도, 잉게를 부를 수도 없었다. 더 이상 그럴수 없었다. 두 사내는 여러 달 동안 구덩이 안에 있었고 많은 머리를박살 냈다. 그것들은 언제나 그들과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것이었다. 그들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누군가가 1분에 60발이상 발사되는 총을 발명했다. 누군가가 그것을 명령했다. 두 사내는 점점 더 많은 머리를 박살 냈고, 그 머리들로 커다란 산을 이룰 정도였다. 사내들이 잠을 잘 때면, 그 머리들이 구르기 시작했다. 흡사 볼링 레인 위에서처럼, 나지막한 천둥소리를 내며. 그 소리 때문에 두 사내는 잠에서 깼다. - P130
그는 유리병을 탁자 위로 굴렸다. 유리병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깨졌다. (그런데 신은? 신은 그 작고 추한 소음을 듣지 못했다. 깨진 것이 작은 유리병이든 혹은 심장이든, 신은 그 모든 소리를 전혀 듣지 않았다. 신에게는 귀가 없으니까. 그랬다. 신은 확실히 귀가 없었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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