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의 연설이 진보진영의 신경을 거스른 이유는 정적과 기자들이 새로운 공격 포인트를 찾아내려고 종종 연설문에서 일부 내용만 골라 인용했기 때문이었다. 기록을 살펴보면 케네디가 흑인의 도심 폭력을 비판할 때는 반드시 똑같이 강한 톤으로 인종 불평등을 함께 비판했고, 여기에는 예외가 없었다. 하지만 좌우 양 진영의 케네디 비판세력은 인종 불평등에 관한 발언은 빼고 "법질서" 에 관한 내용을 반복하거나. 1967년 이후 케네디가 청중이 어떤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상관하지 않고 폭력과 인종 불평등을 규탄해왔다는 사실을 무시했다. 가령 유세 일정 중 케네디는 캘리포니아주 와츠의 흑인 청중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는 미국 거리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대해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시민들에게 일자리와 주택을 가질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길 원하기 때문에 대선에 출마했습니다. ・・・ 저는 이것이 단순히 정의의 문제라는 점을 이해하는 미국을 원합니다. 국민 모두에게 정의를 구현하기 시작하는 미국말입니다." - P278
한 학생은 케네디가 제안하는 동네 클리닉은 불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고 했고, 또 다른 학생은 왜 노인 사회보장에 지출을 늘리려고하느냐고 물었다. 흑인은 어차피 의료서비스를 사용하지도 않는데 도짐 빈민가에 있는 의료센터의 질이 좀 낮은 게 왜 문제가 되느냐는 학생도 있었다. 역시 정부 지원을 문제 삼은 어떤 학생은 이렇게 물었다. "말씀하시는 프로그램은 다 좋고 훌륭한데요, 도대체 그 돈은 누가내나요?" 컬럼비아대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케네디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상태에 이르렀다. 케네디는 질문한 학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학생이 내야죠!" 그러고는 레이건 풍선을 들고 있는 학생을 가리키면서 "학생도 내야 하고요"라고 말한 뒤 강당에 있던 청중을 향해 손가락으로 일일이가리키며 말했다. "학생도! 학생도 학생도 내야 하고요! ••• 여기 있는 여러분이 내야하는 겁니다!" 그러고는 잠시 멈췄다가 이렇게 말했다. "방금 나온 질문을 포함해서 여러분이 질문하시는 내용의 핵심을이야기해보죠. 중요한 것은 미국에는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여기에 계신 분들을 살펴보는데 의사가 될 흑인 학생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의사라는 직업 세계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아주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이 말에도 박수는 별로 나오지 않았지만 케네디는 말을 계속했다. "문명화된 사회라면 가장 부유하지 않은 학생도 의과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게 할 책임이 있습니다. 여러분 옆에 도심 빈민가나 인디언보호구역에서 온 학생이 얼마나 됩니까? 멕시코계나 푸에르토리코 출신은요? 테네시나 켄터키에서 온 가난한 백인 학생을 의과대학원에서얼마나 보셨습니까? 그들은 아주 아주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학생들이 의과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학자금 융자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동의하시나요?" 여전히 박수는 나오지 않았다. 케네디는 "저를 지지하는 의사들의 모임을 만드는 게 쉽지 않은 이유가 이겁니다" 하고 농담을 했다. 한 학생이 일어나서 자신은 인디언 보호구역이나 도심 빈민가의 학생들이교육을 받도록 할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케네디는가난한 동네의 학교가 이 지경이 된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고 대답하면서, 베트남 전쟁에서 가장 많이 죽어 나가는 사람들이 가난한 미국인이므로 그들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했다. - P296
그렇게 좋은 분위기로 끝날 수 있었지만 케네디는 학생징집유예 제도를 추첨을 통한 입영방식으로 바꾸겠다는 말을 해서 분위기를 뒤집어버렸다. 청중이 "우~"하고 야유를 보내자 케네디는 학생들이 징집유예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많은 학생의 손이 일제히 올라갔다. "어떻게 그렇게 주장할 수 ... 한 번 여러분 주위를 둘러보세요. 이자리에서 흑인 학생이 몇 명이나 보입니까?" 그는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 "인디언 학생은 몇 명이나 됩니까? 멕시코계 학생은요? 하지만 베트남에 파병된 공수부대를 보면 45퍼센트가 흑인인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어떻게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까?" 학생들의 야유가 이어지는 동안 케네디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이런 문제를 가지고 토론조차 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은 세상에서 가장 특권을 많이누리는 소수에 속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엉덩이 깔고 앉아서 아무것도하지 않을 생각입니까? 아니면 그냥 팻말을 들고 시위만 할 건가요?" 케네디는 그 뒤에도 다른 말로 학생들을 꾸짖고 나서 "이게 제가 하고 싶었던 말입니다!"라고 했다.그때 한 남학생이 일어나서 이렇게 물었다. "하지만 군대는 가난한 흑인이 빈민가를 벗어나는 방법 아닌가요? 그렇다면 파병은 도심빈민가 문제의 해결책 아닌가요?" 충격을 받은 케네디는 이렇게 물었다. "가톨릭 대학교라는 이곳에서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을 베트남에보내서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까? 지금 미국에는연방정부가 저지른 실책과 린든 존슨 정부의 잘못, 그리고 민권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의회의 잘못을 질책하는 거대한 도덕적 반성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여러분 자신의 문제, 여러분 개인의 삶에 영향을 줄 문제가 되면 여러분은 학생이 징집에서 유예되어야 한다고말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케네디의 유세가 끝날 때쯤 크레이튼대학교의 학생들이 "얼굴이 붉어진 채 침묵했다"고 했다. 케네디가 학생징집유예 문제에 그토록 관심을 가진 이유는 케네디의 애국심의 중심을 이루는 사상, 즉 ‘희생의 균등한 부담‘에 반하기 때문이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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