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둘은 그다지 다정하지 않았으며, 각자 상대방이 자신의 존재를 거슬려 한다고 느꼈다. 그들은 이 상황을 너무 오랫동안 너무 가까이에서 지내다 보니 어떤 관계든 겪을 수 있는 부자연스러운 근접성의 상태라고판단했다. 두 사람은 낮에 따로 다니기 시작했고 이런 분리는 숨통을 틔워 주었지만, 사이드는 혹시 그들이 사는 구역을 청소하겠다는 싸움이 느닷없이 시작되어서 두 사람이 제시간에 집에 돌아오지 못하면 어쩌나 염려되었다. 그의 휴대전화 사용 경험에 따르면 연결 상태란 변덕스러운 것이었고, 정상 상황에서는 햇빛이나 달빛 정도로 생각되는 신호란 것이 돌연 끝없는 일식이나 월식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나디아는 그녀 자신도 아버지라 불렀던 사이드의 아버지에게 사이드가 안전해질 때까지 곁에 있겠다고 한 약속이 마음에 걸렸다. 그녀는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어쩌나, 그렇다면 이제 자신은 어떤 것도 지킬 수 없다는 뜻일까 걱정했다. 하지만 폐소 공포에 가까운 근거리에서 해방되어 낮이면 떨어져서 다니다 보니 밤에는 서로를 더 따뜻하게, 때로는 연인이라기보다는 가족의 온기처럼 느껴지는 따뜻함을품고 만날 수 있었다. - P156
"죽으면 어떻게 될 거 같아?" 나디아가 그에게 물었다. "내세 말이야?" "아니, 죽은 뒤에 말고, 죽을 때, 그 순간에 말이야. 갑자기 모든 게 캄캄해질까? 휴대전화 화면이 꺼지듯이? 아니면 잠이 들 때처럼 이쪽에 있으면서 동시에 저쪽에도 있는, 이상한 중간 상태로 들어가게 될까?" 사이드는 그건 어떻게 죽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디아가 한참 귀를 기울인 채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알아채고 대답했다. "잠들 때 같을 거라고 생각해. 떠나기 전에 꿈을 꾸겠지." 그 순간, 그가 제공할 수 있는 보호는 그뿐이었다. 이 말에 나디아는 따스하고 밝게 빙긋 웃어 보였다. 사이드는 나디아가 자신의 말을 믿는 걸까, 아니면 아니, 그렇지 않아, 네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달라, 라고 생각했을까 궁금했다. - P183
아마도 그들은 해야 할 일을 할 이주자들을 몰아넣고 유혈 사태를 벌이고 필요한 경우 살육할 배짱이 없다고, 다른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문들을 닫을 수가 없으며 새 문들이 계속 열릴 것이라는 사실을, 공존을 부인하려면 한쪽의 존재가 멈춰야 한다는 것을 이해했는지도 모르며, 소멸시키려는 쪽 역시 그 과정에서 변해서 너무 많은 본토인 부모들이 그 일이 일어난 후에 자식들의 눈을 똑바로 보고 자신들 세대가 한 일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이해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저 이제 문들이 있는 곳의 숫자가 너무 많아 한곳에서 싸워봐야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도 몰랐다. 그리하여, 이유야 어찌 됐든 이 경우에는 품위와 또한 용기가- 두려울 때 공격하지 않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므로- 이겼고 전기와 물이 다시 들어왔으며, 협상이 뒤따랐고, 그 말이 퍼졌으며, 팰리스 가든스 테라스의 벚나무들 사이에서 사이드와 나디아와 이웃들은 축하를 했고, 밤늦도록 축하가 이어졌다. - P184
북구의 여름날 저녁은 끝이 없었다. 사이드와 나디아는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잠드는 일이 많았고, 잠들기 전에는 숙소를 등지고 바깥의 바닥에 앉아 각자 휴대전화를 보며 머나먼 곳으로, 겉보기에는 함께 있는 듯했지만 각자, 방황했다. 때로 그 또는 그녀가 고개를 들어 온통 난장판인 주변 들판을 거쳐 얼굴에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그들은 대화 부족을 피로의 탓으로 돌렸다. 하루 일과를 마칠 때면 그들은 말도 하기 힘들 만큼 극도로 피곤했다. 휴대전화란 본래 개인을 물리적인 주위 환경에서 동떨어지게하는 힘을 지녔으므로 그것 역시 일부 원인이 되기도 했다. 사이드와 나디아는 이제 더는 침대에서 서로를 만지려 들지 않았다. 숙소의 커튼으로 가린 공간에서 사생활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마치 벌겋게 드러난 신경이 통증을 유발하듯,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길게 이야기를 할 때면 그 긴 시간이 다툼이 익숙지 않은 두 사람에게 왕왕 다툼을 유발하곤 했다. - P205
기도를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궁금했던 그는 자기도 경험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들어 부모들이 아직 가르칠 생각을 하기도 전에 배우고 싶다고 요청했고, 유난히 더웠던 어느 여름날 어머니가 교리 수업을 해 주면서 기도를 시작했다. 생애 마지막 날까지 기도는 사이드에게 때로는 어머니를, 은은한 향내가나는 부모님의 침실을, 열기 속에서 돌아가는 천장 선풍기를 상기시켰다.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아버지는 사이드에게 매주 가는 기도 공동체 모임에 따라가겠느냐고 물었다. 사이드는 가겠다고 답했고, 그 후로 금요일마다 아버지는 어김없이 집에들러 아들을 태워 갔다. 사이드는 아버지와 남자들과 함께 기도했다. 기도는 그에게 남자가 되는 것, 남자 중 한 사람이되는 것을 의미했다. 기도는 또한 성인기와 그를 연결해 주는 의식이었으며 특정한 종류의 남자, 신사이자 점잖은 남자의 됨됨이라는 개념에 닿아 있었고, 남자란 공동체와 신앙과 친절함과 품위를 옹호하는 사람이었으며, 달리 말하면 아버지 같은 사람이었다. 젊은 남자들은 물론 다른 것들을 기도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키운 남자들의 선함을 영예롭게하고자 기도하는 젊은 남자도 있었고, 사이드는 이런 남자중 하아였다. - P220
사이드와 나디아는 서로에게 충실했고, 둘의 관계를 무엇이라 부르는 각자의 방식으로 상대방을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므로 둘 중 누구도 결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버려진다는 두려움을 안기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했고, 그들 자신도 말없이 그런 두려움을 느끼고 있어서기도 했다. 그것은 관계가 끊어지는 데 대한 두려움이자 두 사람이 함께 일구어 온 세상이 끝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들의 세상은 다른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는 오직 둘만의 세상이었으며, 둘만의 고유하고 내밀한 공통의 언어였고, 만약 깨진다면 대체될 수 없으리라 여겨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려움이 머린에서의 첫 몇 달간 두 사람을 단단히 묶어 주는 동안, 서로를 놓아주기 전에 각기 상대방이 더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고 싶은 소망이 두려움보다 더욱 강력하게 자리했고, 결국 그들의 관계는 어떤 의미에서 오누이와 같은 것이 되었다. 그 속에서는 우애가 가장 강한 요소였으므로 많은 열애들과 달리 그들의 애정은, 예외적인 몇 번을 제외하면 그 반대인 분노로 굳어지지 않은채 서서히 식을 수 있었다. 나중에 이 점에 대해 들은 모두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또한 실수를 한 것일까, 만일 좀 더 기다렸다면 관계가 다시 꽃을 피울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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