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과 중독 사이의 연관성은 새삼스럽지 않다. 2012년 호주의 연구진은 수치심을 잘 느끼는 사람일수록 이를 달래는 ‘대처수단으로‘ 문제 음주problem drinking (폭음이나 잦은 음주로 주변에 해를끼치는 음주 습관 - 옮긴이)에 빠질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금주 모임인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 Alcoholics Anonymous에 참가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2001년의 한 연구에서도, 수치심이 강한 중독자일수록 알코올 의존증이 재발할 확률이 높다고 나타났다.
많은 회복 프로그램이 중독 문제를 개인 탓으로 돌리며 수치단단히 불어넣는다. 여러 연구가 그런 접근방식이 역효과를낳는다고 경고했는데도 말이다.  - P58

연구진은 흡연자가 이른바 고정관념 위협stereotype threat 에 반응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위협에 놓인 사람은 걱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고정관념에 맞서려고 하지 않았다. 
수치심 하나만으로 이런 반응을 보이지는 않는다. 동료 집단의 압박, 권태감, 절망감 등 모든 요인이 다양한 생체신호와 마찬가지로 중독 행위에 관여하며, 아직 밝혀내지 못한 요인도 많다. 블라섬 로저스에게는 재미가 그중 하나였다. 블라섬은 이렇게 회상했다." "크랙과 관련된 모든 게 좋았어요. 방탕한 생활, 난잡한 술판 같은 거요 그렇지만 뒷감당은 하기 싫었죠. - P59

당시 크랙은 값비싼 코카인보다 훨씬 더 위험한 약물로 취급받았다. 크랙은 사람의 폭력성을 끄집어냈다. 중독성도 더 심했다. 코카인이 작은 산불이라면, 크랙은 맹렬한 들불이었다. 그리고 대다수가 입을 다무는 또 다른 사실이 있었다. 중산층을 비롯한 입법자들이 코카인에는 친숙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학 기숙사나 파티장에서 코카인을 접했다. 몇 번 흡입해본 사람도 꽤 있었다. 그들 눈에 크랙은 빈민촌ghetto 의 마약이었다. 그래서 크랙을 딴 세상 사람들이 하는 약물로 취급했다.
크랙 확산이 절정에 이르면서, 이러한 구분이 인종차별적 연방법에 그대로 반영됐다. 1986년에 통과된 이른바 100대 1 원칙은코카인 500그램, 즉 1파운드 조금 넘는 양을 소지하면 최소 5년의 형량을 받게 했다. 반면 크랙은 고작 5그램을 갖고 있어도 최소 형량이 동일했다. 화장실에서 약 2만 5,000 달러어치 코카인0.25파운드를 피우다 걸린 투자은행 직원은 징역형을 받지 않고빠져나갔지만, 빈민가에서 작은 유리용기에 담긴 15달러짜리 크랙을 소지한 아이는 적어도 5년 동안 수감됐다.
크랙의 유행으로 휘청거리던 도심 빈민촌은 이제 젊은이들까지 교도소에 보내야 했다. 이들은 힘이 없었고, 호소해봤자 국가를 뒷배로 둔 각종 처벌과 비난에 묻혀버렸다. 일단 크랙 피해자를 지칭하는 용어가 ‘중독자‘였다.  - P63

이런 대안을 실행하려면 공감이 필요하다. 피해자를 낙오자로 취급하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가족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들이 인류라는 가족의 극히 일부에 불과해도 말이다. 그러나 공감은 어려운 일이며 생판 모르는 사람일수록 더욱 힘들다. 약물 중독문제의 경우, 사회는 피해자를 비난하고 이들을 타인으로 밀어내는 쪽을 훨씬 편하게 받아들였다. 즉 가치관이 독특해서 어리석고 끔찍한 선택을 하는 자들로 분류했다. 그러다 보니 인종차별적 정책에 솔깃하게 반응했다. 이는 중독자를 ‘타자화othering‘ 하는또 다른 방법이었다. 기본적으로 이들과 정서적으로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들이 처참한 현실에서 뒹굴도록 내버려두는 것이었다. - P65

미국 사회가 제프 같은 마약성 진통제 중독자에게 보인 반응은 사실상 ‘추방‘이었다. 중독자들은 약을 끊든가, 아니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가 1980년대에 외치고다닌 마약퇴치운동 슬로건처럼, ‘그냥 거부just say no‘ 해야 했다. 대중이 보기에 아주 간단한 조언이었지만 약물 중독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모욕적이고 수치스러운 조언이었다. 이는 중독을 또다시 선택의 문제로 접근했고, 약물을 ‘그냥 거부‘하지 않은 사람은 어리석고 불행한 선택을 한 죄가 있다는 암묵적이지만 뚜렷한 판단을 깔고 있었다. 그러니 사회에서 이들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중독자들은 몰락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수치심을 퍼붓고 실질적 도움은 거의 없는 퇴치 전략은 당연히 처참하게 실패했다. 그리고 대다수 피해자가 교도소에 갇히거나 약물을 남용하는 등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가장 효과적인 마약성 진통제 중독 치료법은 환자에게 행동장애 상담을 하면서, 대체 약물인 메타돈methadone과 부프레놀핀buprenorphine을 쓰는 것이다. 크랙 중독자에게는 의존성을 완화할 약물이 없지만, 마약성 진통제 중독자는 생명줄과 다름없는 대체 약물을 쓸 수 있다. 2016년에 비영리단체 퓨자선신탁ewCharitable Trusts 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약물 보조 치료 Medication-Assisted Treatment, MAT는 "비약물 치료와 비교해 불법적 마약성 진통제 사용을 눈에 띄게 낮췄다." 이 치료법을 활성화하면 약물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위험 즉 HIV바이러스, C형 간염, 길거리 폭력 등도 낮출 수 있다. - P76

놀랍게도 이곳을 거친 고객들이 소송을 걸고 또 이 시설에 대한 자세한 폭로기사가 나왔는데도, 리커버리 커넥션은 여전히 영업 중이다. 주 당국자가 1년에 한 번씩 이곳을 방문하고, 판사가회복 중인 중독자를 계속 이곳에 보낸다. 물론 재활환자에게 일을 시키는 시설은 이곳만이 아니다.
이는 수치심에 기생하는 사업모형이다. 중독에서 회복 중인 취약 집단은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들고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업체 입장에서 보면 고객의 수치심이 입막음 역할을 한 것이다. 정부 기관과 보험사 양쪽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다른 곳보다 비용이 훨씬 저렴하므로 판사 입장에서 예산에 맞는선택지이기 때문이다(판사가 7만 3,000달러나 주고 체류해야 하는 클리프사이드 말리부에 중독자를 보낼 리는 없다).
두 형태의 재활시설, 즉 노스캐롤라이나주의 기간제 노역과 온갖 시설을 갖춘 캘리포니아주의 회복센터 모두 무엇이든 허용되는 재활산업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 과학은 선택사항에불과하므로, 검증도 안 된 매우 높은 재활 성공률이 시설 홍보물에 실린다. 고객에게 말을 쓰다듬거나 춤추게 하는 곳이 있는가하면, 90대 노인을 번쩍 들어 화장실에서 침대로 옮기게 하는 곳도 있다. 이런 치료법이 실패해 같은 고객이 두 번 세번 재입소한다면? 현금흐름이 이어지는 한 충성스러운 고객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이런 산업이 버젓이 존재하고 성장하는 이유는 사회가 중독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비난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보살핌을 받는다. 그러나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대중은 이들에게 관심이 없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신경 쓰지 않는다. 또 냉정하게도 이들이 자책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 그래야 스스로 고칠 수 있다고, 아니면 어쩔 수 없다고 본다. - P82

빈곤층에게 돈이 있을 리 없지만, 그래도 방법은 있다. 사채업자와 영리 목적의 허위 대학은 빈곤충이 대출을 받도록 유도해 이윤을 취하는데, 이 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심각한 빚더미에 오른다. 주 정부는 당첨 확률이 100만분의 1인 복권을 팔아 빈곤층에게서 이윤을 뽑아낸다. 빈민가의 집주인과 비우량 자동차 담보대출 업체도 이들을 희생양 삼아 돈을 번다. 이런 돈벌이에서 가장 쉬운 표적은 절박한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사회는 스콧 허친스 같은 사람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행태보다 부자들의 돈이 이들에게 들어가는 것을 더 비판한다. 빈곤층은 비용으로 여겨진다. 유권자와 납세자는 그런 지출을 어떻게든 최소화하려고 애쓴다. 미국 정부는 이런 관점을 대변하며, 양대 정당의 정치인들도 특히 1980년대부터 이런 인식을 퍼뜨렸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주입한 비판적 메시지의 핵심은 이렇다. ‘아무리 푼돈이라도 그들한테는 아까워."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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