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나디아와 사이드는 전기가 끊긴 덕에 실내에 있을때면 원격 감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하지만 언제라도 무장한 사내들이 예고 없이 찾아와 집을 수색할수 있었고 바깥에 나가면 하늘과 우주 공간에서 지켜보는 렌즈들, 반군과 그 정보원 누구일지 모르고 아무라도 될수 있는 들의 눈에 띌 수 있었다.
이제 사람들이 보는 데서 하는 수밖에 없게 된 사적인 행위 중 하나는 용변이었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사이드와 나디아가 사는 아파트 건물의 화장실은 더 이상 쓸 수 없었다. 주민들은 건물 뒤쪽의 작은 안뜰에 남자용 하나와 여자용 하나로 깊은 도랑 두 개를 파서 빨랫줄에 무거운 침대보를 걸어 분리했다. 이제는 모두가 그곳에 쭈그리고 앉아 구름을 머리에 이고 악취를 참으며, 행위는 남의 눈에 띌 수 있어도 행위자의 정체는 어느 정도 혼자만이 알 수 있도록 고개를 푹 숙이고 변을 보아야 했다. - P104

 사이드가 아버지에게 왜 그러느냐고, 대체 왜 남겠다는 거냐고 묻자 그가 대답했다. "네 엄마가 여기 있잖니."
사이드가 말했다. "엄마는 돌아가셨어요."
아버지가 말했다. "나한텐 아니다."
어떻게 보면 사실이었다. 사이드의 어머니는 사이드의 아버지에게는 죽은 게 아니었다. 그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었으므로 사이드의 아버지가 아내와 평생을 보낸 곳을 떠나기란 어려울 터였다. 그녀의 무덤을 매일 찾아갈 수없다는 건 어려웠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과거가 주는 것이 더 많았기에 아버지는 어떤 의미로는 과거에 머무르고싶었다.
그러나 사이드의 아버지는 또한 미래도 생각하고 있었다. 사이드에게 말하면 가지 않으려 할 것 같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아들이 떠나야만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가 말하지 않은 그 이유는 바로, 젊었을 때 갖는 모든 본능과는 반대로 홍수가 왔을 때 부모는 자식의 손을 놓아야 한다는 걸 그가 알았으며, 부모로서 생의 그 시점에 이르렀다는 점이었다. 손을 꼭 붙드는 것은 아이를 더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편이 아니며, 물속으로 끌고 가 익사시킬 수있었다. 자녀는 이제 부모보다 힘이 강했으며, 지금은 극한의 힘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자녀의 생의 곡선은 한동안만 부모의 생과 일치하는 듯이 보일 뿐 실은 하나가 다른 하나의 위에 위치하여 산 위에 산이 있고 곡선 위에 곡선이 있는것이며, 아들의 것은 아직 상향인 반면에 아버지의 곡선은 이제 하향해야 했다. 노인이 둘을 가로막는다면 이 두 젊은이들의 생존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었다. - P107

비치 클럽에서 빠져나와 걷자 산 아래쪽에 난민 캠프 같은 것이 보였다. 수백 개의 텐트와 임시 거처와 말 그대로 각양각색 스펙트럼이 넓긴 했지만 다크 초콜릿 색깔에서 밀크티 색깔에 이르는, 대부분 갈색이라 통칭할 수 있는 피부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세워 놓은 기름 드럼통안에 피운 장작불 주위에 모여 온 세상의 뒤섞인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마치 통신 위성, 또는 해저 광케이블을 통해 도청하는 스파이들이나 들을 법한 언어들의 불협화음이었다.
이 그룹에서는 모두가 외국인이었고, 그러므로 어떤 의미에서는 누구도 외국인이 아니었다. - P118

그는 사람들이 그 집의 귀중품을 가져가기 시작하자 이를 반대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나디아는 그런 입장이 말도안 될 뿐더러 사이드에게 물리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그에게 천치 같은 소리 말라고, 상처를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호하기 위해 냉혹하게 말했다. 그러나 사이드는 그녀의 어조에 충격을 받았고, 순순히 따르기는 했지만 서로에대한 이런 새로운 말투가, 이제 그들의 대화에 종종 끼어들고는 하는 이런 퉁명스러움이 앞으로 두 사람이 어떤 곳을향하고 있는지를 가리키는 신호일까 생각했다.
나디아 역시 그들 사이의 마찰을 눈치챘다. 그녀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느끼는 짜증의 사이클을 어떻게 해제시켜야 할지 알지 못했다. 이런 사이클은 한번 시작되면 끊기가어려웠고, 외려 일부 알레르기 반응이 그러듯 다음번에는 짜증이 치솟는 문턱이 더 낮아지는 것만 같았다.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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