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968년 미국은 상처 입은 나라였다. 그것은 도덕적인 상처였다. 베트남 전쟁과 3년간 여름 도심에서 벌어진 일련의 폭동은 미국인의 자부심에 상처를 입혔고, 스스로를 어느 나라 국민보다 훌륭하고 명예롭다고 생각해온 믿음에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인들은 1965년 베트남 ‘캄네‘라는 마을에서 부녀자와 아이들이 살아남으려고 도망치는 동안 미국 해병대원이 담배 라이터와 화염방사기로 초가집에 불을 지르는 장면을 TV 뉴스로 보면서, 한때 적국이나 저지를 법한 만행을 미국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틴 루서 킹 암살 뒤에 일어난 폭동중에는 워싱턴 D.C. 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기관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의사당을 지키고, 남북전쟁 이후 처음으로 연방군이 미국의 각 도시에서 거리를 순찰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인들은 ‘언덕 위의도시(성서에 등장하는 표현으로 세계의 모범이 되는 나라라는 뜻옮긴이)‘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고 자문했다. - P19
민주당 대선 경선을 위한 선거운동 중 로버트 케네디는 미국 정부가 베트남에서 저지른 행위와 국내에서 빈곤층과 사회적 약자를 제대로 배려하지 못한 사실에 대해서 국민 개개인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미국인은 새 대통령과 새로운 정책에 표를 주는 것만으로는 이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로버트 케네디는 1960년 대선 당시 형 존 F. 케네디의 선거운동을 이끌었고, 케네디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일했다. 이 때문에 거칠고 분열적인 선거운동으로 당선된 대통령이 숭고한 이상을 내세우기 어렵고, 비도덕적인 선거운동을 한 후에 도덕적으로 상처 입은 나라를 치유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로버트 케네디의 선거운동은 국가가 도덕적 위기에 처했을 때 대통령 후보가 어떤 방식으로 선거에 임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 같은 사례였다. - P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