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굴절률 보정을 위해 카메라는 렌즈의 위치를 앞뒤로 움직여서 초점을 맞추지만, 안구 내에 위치해 이동이 어려운 수정체는 두께를 변화시켜서 이를 보정한다. 수정체와 붙어 있는 조직들이 가까운 곳을 볼 때는 느슨해져 수정체가 두꺼워지고, 먼 곳에서 오는 빛을 받아들일 때는 한껏 수정체를 잡아당겨 얇게 만들어서 빛의 굴절률을 조절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면서도 원래의 모양을 잃지 않으려면 질기면서도 신축성이 좋아야 한다. 손 끝에 닿은 수정체에서 탄성이 느껴진 이유는 이때문이었다.
이렇게 렌즈가 빛을 굴절시킬 수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투명해야한다. 렌즈란 빛을 굴절시키는 것이지, 빛을 왜곡하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카메라 렌즈에 먼지가 묻거나 손자국이 나기만 해도 사진은 얼룩진다. 수정체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수정체라는 이름이 의미하는바가 ‘물처럼 맑다‘ 인데 실제로 수정체를 본 사람이라면 다른 이름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수정체가 이토록 투명한 것은 크리스탈린crystalline 이라는 투명한 단백질이 매우 정교하고 균질하게 배열된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P130

대부분의 가정가사 교과서에 등장하듯 야맹증을 일으키는 가장큰 원인은 비타민 A의 부족이다. 이는 막대세포가 가지는 광수용색소인 로돕신이 비타민 A와 옵신이라는 단백질의 결합 형태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타민 A가 부족하면 막대세포는 로돕신을 충분히 합성할 수 없어 제 기능을 못하게 되고 따라서 야맹증이 나타난다. 이 말은반대로 비타민 A만 충분히 보충해주면 야맹증은 얼마든지 좋아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실제로 대부분의 야맹증은 비타민 A를 충분히 보충해주면 사라지지만, 부족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각막 건조증이나 감염, 궤양 등의 합병증이 발생해 영구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전 세계 아이들의 실명 원인 중 1위가 바로 비타민 A의 부족으로인한 것이다. WHO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어린이 중 125만 명이 비타민A결핍증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이중 50만 명은 결국 영영 빛을 잃게 된다. 실명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비타민 A로 인한 실명이 더욱 가슴 아픈 건, 그 대상이 주로 5세 미만의 어린아이들이며 제때 비타민 A만 충분히 공급해주었어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는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애초 1998년 포트리쿠스 박사팀이 일명 ‘황금쌀‘을개발하게 된 계기도,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1,000만 달러를 투자해 황금쌀의 개발과 보급에 힘을 보탠 것도 이러한 안타까움에서 시작되었다.
황금쌀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비타민 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을듬뿍 함유하도록 만들어진 쌀이다. 노란색을 띠는 베타카로틴이 함유되어 있어 보통의 쌀과 달리 도정 후에도 샛노란색을 띠어 일명 황금쌀로 불려지게 되었다. 왜 하필 쌀일까? 비타민A로 인한 실명 아동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은 동남아시아 지역, 즉 쌀의 소비가 많은 지역이므로 이들이 먹는 주식인 쌀에 비타민A를 포함시키면 적어도 이로 인해 실명허는 아동은 줄어들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 P149

그런데 이상하게도 인간의 눈에 존재하는 모세혈관들은 망막의 뒤쪽이 아니라 망막의 안쪽에 존재한다. 심지어 시신경까지도 안구 안쪽으로 들어와 있다. 그것도 안구 내부로 들어오기 위해 멀쩡한 망막에 구명 - 인간의 시야에 맹점blind spot‘이 존재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 까지 내고서 말이다. 망막이 세상의 빛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망막을 가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각막과 수정체가 투명한 이유가이 때문 아닌가. 그래서 안구 안쪽에 덕지덕지 붙은 모세혈관들은 당연히 시야에 걸림돌이 된다.
실제로 망막은 깨끗한 스크린이 아니라, 담쟁이덩굴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담벼락에 가깝다. 이렇게 노이즈가 많으면 투명한 각막과 수정체를 만들어놓은 보람이 없다. 이러한 시각적 노이즈를 상쇄하기 위해 우리 몸이 선택한 전략은 눈을 미세하게 진동시키는 것이다. 이는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너머를 바라보면 시야가 방해를 받지만, 빠르게 달리는자동차 안에서는 오히려 건너편이 잘 보이는 원리와 동일하다. 우리의뇌는 눈에서 보내는 이미지가 빠르게 변화하면 이들을 통합하여 보려는특성이 있기 때문에 울타리가 주는 가림 효과가 떨어진다. 마찬가지로안구 내부의 혈관들도 가만히 있을 때는 더 확실하게 인식되지만, 안구가 떨리는 경우 이미지를 통합하려는 뇌의 특성으로 인해 시야를 덜 방해받게 된다. - P152

하지만 아무리 기름층으로 덮여 있다 하더라도 눈물층 자체는 워낙 얇기에 눈물은 금방 증발한다. 게다가 눈물의 일차적 기능이 눈을 씻어내는 것이기에 눈물은 계속 순환해야 한다. 따라서 눈물은 눈을 둘러싼 여러 개의 눈물샘에서 만들어져 공급되고, 눈을 고루 적신 뒤 눈물관을통해 코로 빠져나가고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새로 만들어진 눈물들이채운다. 눈물을 흘리며 울면 콧물까지 증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초부터 눈물의 마지막 종착지는 코 속이므로.
이렇게 눈물은 증발과 배수를 통해 조금씩 유실되므로 눈물은 계속해서 공급되어야 한다. 눈에 눈물을 공급하는 것은 아주 쉽다. 그저 눈을 깜빡이기만 하면 되니까. 눈을 감았다 뜨는 순간 눈을 둘러싼 수십 개의눈물샘에서는 저마다의 할당량을 내놓고, 눈꺼풀은 이를 눈 표면에 고루퍼뜨린다. 눈을 감았다 뜨는 행위는 마치 자석 스케치보드의 막대를 움직이는 것과 같다. 그러면 이전의 그림은 모두 지워지고 다시 철가루로가득 채워진 하얀 판이 나오는 것처럼, 눈을 깜빡이는 순간 눈에 다시 눈물이 고르게 공급된다. 차이가 있다면 자석 스케치보드의 철가루들은 아무리 지워도 늘 처음 넣었던 그대로이지만, 눈꺼풀은 감았다 뜰 때마다 새로운 눈물이 다시 눈을 감ㅋ산다는 것이다. - P168

눈의 깜빡임은 특히나 눈꺼풀에 있는 마이봄샘의 지질층 분비를 돕는데, 눈을 빠르고 세게 감을수록 눈물의 분비는 늘어난다. 반대로 눈 깜빡임이 줄어들면 눈물이 말라 눈이 뻑뻑하고 불편한 건성안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3~4초마다 한 번씩 눈을 깜빡여 눈물을공급하도록 ‘눈꺼풀 셔터 프로그램‘을 가동시키는 중이다. 문제는 이 ‘눈깜빡임‘ 명령어의 우선순위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언가를 집중해서 볼 때는 ‘눈 깜빡임‘ 명령어는 뒤로 밀리는 일이 자주 일어나는데 그래서 등장한 증상이 사무실 눈 증후군 office eye syndrome 이다. - P169

왜 비둘기들은 이토록 헤드뱅잉에 집착하는 걸까?
답은 눈 정확히는 눈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에 있다. 비둘기는 사람과 달리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안구를 움직일 수 없다. 안구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단순히 눈동자를 데굴데굴 돌릴 수 없다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부분 걷거나 움직이면서도 특정대상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 걸어가며 가로수를 본다고 가로수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 것이다. 이는 우리 몸의 평형 센서가 머리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그에 맞춰 끊임없이 안근을 움직여 시야를 재조정하기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이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일어나기에 우리는 움직이면서 물체를 보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둘기는 다르다. 비둘기는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동하는 과정에서 초점이 맞지 않아 시야가 흐려질 수 있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비둘기가 선택한 전략은 ‘꿩 대신 닭‘이라는 표현처럼 ‘눈 대신 머리를 움직이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면 비둘기의 입장에서는 세상이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일차적으로 비둘기는 이를 피하기 위해 목을 뒤쪽으로 쭉 뺀다. 하지만 머리라는 것이 어디까지나 어깨 위에 얹혀 있으므로 길게 늘이는건 곧 한계에 부딪친다. 그럼 비둘기는 다시 고개를 재빨리 앞으로 잡아당겨 몸과 같은 선에 가져다 놓는데 이 과정에서 시야를 재조정해 다시뚜렷한 시야를 확보한다. 그래서 비둘기는 걸을 때마다 발걸음에 맞춰 리드미컬한 목 운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 P184

영화 <콘택트>에 등장하는 미국 뉴멕시코 주의 VLA very Large Array의커다란 전파망원경들이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지름 25미터 크기의 대형전파망원경 37대가 대문자 Y형태로 늘어서 우주를 유영하는 전파 신호를 수신하고 있다. 클수록 미세한 신호까지 잡아낼 수 있기에 가능한 크게 만들었고, 여러 대를 배치한 이유도 유효직경을 키워 우주를 바라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파망원경은 가시광선을 이용하기에 접안렌즈에 눈만 대면 볼 수 있는 광학현미경과는 달리 그 자체로 직접 우주를 볼 수는 없다. 사실 전파라는 것 자체가 인간의 오감으로는 인식 불가능한 정보이기 때문에 전파망원경이 수집한 정보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정보의 형태로 변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정보의 형태가 반드시 시각적일 필요는 없다. 즉, 전파 정보를 이미지로 변환할수도 있지만, 소리로 변환하는 것도 가능하고 무방하다. 영화 속 조디 포스터가 늘 헤드폰을 끼고 사는 건, 전파망원경에서 얻은 신호를 변환한소리를 듣기 위해서다. 마치 태아의 심장박동 소리처럼 들리는 별들의 고동을 그녀는 눈보다 귀를 통해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 P222

안구는 외부와 단절된 일종의 폐쇄된 공간이므로, 안구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유리체는 사후에도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 생리화학적 변화에 영향을 덜 받아 죽음의 순간에 나타나는 체내의 생리화학적 물질분포를 그대로 담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유리체의 추출은 주사기만으로도 충분하기에 굳이 안구를 적출할 필요는 없다. 안구를 적출하는경우는 대부분 망자가 어린아이이며, 아동학대로 사망한 것이 의심되는경우라고 한다. 안구를 적출해야만 확실히 보이는 안구 안쪽의 출혈 손상은 아동 학대의 실질적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리고 작은 몸이느꼈을 엄청난 공포와 절망은 죽는 순간까지도 눈에 각인되어 지워지지않는 셈이다. 순간, 핏발선 아이의 붉은 눈동자가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 P233

눈은 중요하다. 그렇기에 눈을 잃는 순간, 우리는 너무나 많은 감각과 인식, 경험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래서 눈을 대치할 새로운 눈을 찾고 개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세상에는 빨리 앞서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께 같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일도 많다. 눈이 내게 그토록 중요한 것이라면 타인에게도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없다. 선두에 선 과학자들이 더 빨리, 더 정교하게, 더 진짜 같은 눈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함께 나아가는 사회는 더 널리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간다운 눈‘을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것이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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