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은 몇 년만 지나면 유로화 통합이라는 정치적 프로젝트가 종결될 거리는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경제 상황이 순조로울 때는 공동의 노력을 강화하려는 유인이 존재하지 않았고, 위기가 발생한 후에는 나라마다 상이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유럽 국가들이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은 긴축 정책을 강화하자는 것뿐이었는데, 바로 이 정책 때문에 유럽은 더블딥 침체를 겪어야 했다. 유럽 지역에서 번창하고 있는 국가는 강력한 복지 정책과 <큰 정부> 방침을 고수하는 스웨덴과 노르웨이다. 이 나라들은 유로화 체계에 동참하지 않았다. 영국은 경제 침체를 겪고 있긴 하지만 경제 위기를 겪고 있진않다. 영국 역시 유로화 체계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예산 긴축 프로그램을이행하기로 결정했다. 다수의 미국 의회 의원들은 미국이 예산 긴축과 작은 정부의 풍조에합세하기를 원하고 있다. 조세와 재정 지출의 감축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조세와 재정 지출을 똑같이 늘리면 경제를 부양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반대로 조세와 재정 지출을 똑같이 줄이면 경제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나타난다. 우파가 원하는 대로 한 발 더 나아가서 적자를 감축하겠다고 재정지출을 크게 줄인다면, 경제 위축 효과는 훨씬 더 강력해질 것이다. - P370
앞서 설명했듯이, 역사와 이론은 공급 주도 경제학에 대한 강력한 반증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공급 주도 경제학은 핵심을 벗어난 논의를전개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공급이 아니라 수요다. 대기업들은 그나마 자신이 원하는 곳에 투자를 할 만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없다면, 투자는 이루어지지않을 것이다.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자극할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야만 한다. 중하위 계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수요는 늘어난다. 세금 인상 부담의 대부분을 중위 계층에게 떠안기는 재정 적자 감축 제안들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 P375
아마도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해 온 신화는 부유층 혹은 기업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면 중소 사업체들이 타격을 입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실제로는 이런 세금 때문에 영향을 받는 중소 사업체들은 극소수다(1퍼센트 이하다). 더구나 영향을 받는 것은 그들의 <수익>뿐이고, 그나마도 약간만 줄어든다. 세금을 납부하기 전 상황에서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새로운 기계를 구입하는 편이 수익성이 있다면, 세금을 납부한 후의 상황에서도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새로운 기계를 구입하는 편이 수익성이 있을 것이다. 예컨대 어느 기업이 노동자 한 명을 고용해서 올리는 수입이 10만 달러이고, 그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이 세금을 모두 포함해서 5만 달러라고 하면, 이 기업은 규모가 크든 작든) 5만 달러의 수익을 얻게 된다. 그런데 세법이 개정되어 이 기업 사장이 그 수익의 5퍼센트에 해당하는 추가세금을 내야 한다면, 그의 수익은 2,500달러가 줄어들긴 하지만 그 노동자를 고용해서 올리는 수익은 여전히 높다. 일부에서는 세금이 인상되기 전에 충분한 수익을 냈던 투자 혹은 일자리가 세금이 인상되고 난 후에는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것은 기본적인 경제학 원리를 거스르는 논리다. - P376
사회 보장 연금은 대단한 성과를 거두어 온 프로그램이다. 사회 보장 연금은 인플레이션과 주식 시장 변동성의 영향을 차단함으로써 노인층의 빈곤 문제를 거의 해소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민영보험 회사들이 감당할 수없는 종류의 보장을 제공하고 있다. 민영 연금에 의지하는 많은 미국인들은 내가 지적하려는 내용을 잘 알 것이다. 정부는 민간 기업의 퇴직 연금재원이 제대로 관리되도록 보장하기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직원들의 운명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다. 기업이 파산할 경우최고 경영자들은 미리 막대한 보수를 챙겨 빠져나가지만, 직원들의 퇴직연금은 그대로 위험에 노출된다. 부시 대통령이 사회 보장 연금 민영화 의제를 내건 의도는 퇴직자들에대한 급여를 늘리거나 보장 내용을 확대하거나 연금 제도의 효율성을 개선하려는 데 있지 않았다. 그의 의도는 오직 하나, 99퍼센트의 희생을 밑거름으로 하여 상위 1퍼센트, 정확히 말해 월스트리트 금융계에 더 많은 돈이돌아가게 하는 데 있었다. 사회보장연금 민영화는 엄청난 파급 효과를 낼수 있다. 사회 보장 연금의 규모는 2조 6천억 달러에 이르는데, 월스트리트의 금융계가 그 돈의 관리권을 넘겨받아 연간 1퍼센트의 수익을 올린다고가정해도 그들은 1년에 260억 달러라는 돈벼락을 맞게 되는 셈이다. - P379
금융업자들과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사람들이 경제 위기의 대응 방안으로 고려하는 임금 삭감과 예산 삭감은 경제적 번영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처럼 경제가 취약한 상황에서 이들이 옹호하는 정책들이 재정 적자를 감축하는 데 큰 효과를 낼지는 확실치 않다. 국내 총생산이 낮아지고 실업률이 상승하면 조세 수입이 줄고 지출이 늘어난다. 이런 정책이 상위 1퍼센트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 확실치 않은데도, 이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쉽게 이해가 간다. 임금이 삭감되면(<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강화되면 >)그들의 수익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매출이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하에서 통하는 이야기다. 더구나 금융업자들의 주된 관심은 늘 자기 수중에 들어오는 수익에 있다. 이들은 자기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가구의 사정을 상상한다. 그 가구가 자진해서 지출을 줄이면 은행에 깊을 수 있는 돈이 늘어난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한 가구의 사정을 보고 한 나라 경제의 사정을 유추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지출이 줄어들면 수요가 줄어들고 일자리가 줄어든다. 한 가구가 소득이줄어드는 바람에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면, 지출이 줄어도 은행에 갚을수 있는 돈은 늘어나지 않는다. 소득 감소분이 지출 감소분의 두세 배에 이른다면 채무 상환은 훨씬 더 어려워진다. 이것은 경제학이 입증해 온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 P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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