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 시간은 하루 중 내가 유일하게 기대하는 시간이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특히 보리스가 코트쿠와 사귀고 난 뒤부터 나는 밤에 직접 음식을 해 먹으려고 부스럭거리는 것에 감자 칩 한 봉지나 아빠가 포장해 왔다가 남긴 밥이 말라붙은 포장 용기를 들고 침대에 걸터앉는 그 슬픔에 결코 익숙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행복하게도 여기서는 정반대였고, 호비 아저씨의 하루는 저녁 식사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어디서 먹을까? 누가 올까? 내가 요리를 할까? 포토푀 좋아하니? 아니라고? 먹어본 적 없어? 레몬 라이스나 사프란은? 무화과 통조림이나 살구는? 나랑 제퍼슨 마켓까지 걸어갈래? - P536
멀리 걸어갈수록 걸으면 걸을수록 내가 당연하게 여기던 이 세상에 몇안 되는 안정적이고 변함없는 정박지 중 하나를 잃었다는 생각에 기분이더 나빠졌다. 익숙한 얼굴들과 반가운 인사. 어이, 마니토! 나는 적어도 과거의 마지막 시금석인 이 건물은 내가 떠난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줄 알았다. 호세와 골디에게 그때 준 돈은 정말 고마웠다는 인사를 절대 할 수 없다고생각하니 이상했다. 아니, 더 이상한 것은 두 사람에게 아빠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아빠를 아는 사람이, 또는 신경 쓸 사람이 누가 있을까? 보도마저도 발밑에서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고 나는 57번가에서 끝없는 구덩이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2권에서 계속 - P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