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설

가지마다 눈이 걸려 있었다. 기관총 사수는 노래를 불렀다. 그는 러시아의 숲속 저멀리 돌출한 초소에 있었다. 그는성탄절 노래를 불렀는데, 때는 이미 2월초였다. 그러나 눈이 1미터도 넘게 쌓여 있었다. 검은 나무둥치들 사이에 눈이있었다. 검푸른 가지 위에 눈이 있었다. 잔가지에 걸려 있고,
덤불에는 바람에 불려 솜처럼, 검은 나무둥치에는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그 많고 많은 눈이. 그리고 기관총 사수는 이미 2월인데도 성탄절 노래를 불렀다. - P11

기관총 사수는 러시아의 숲속에 서있었다. 가지마다 흰눈이 매달리고 귓전에서 피 도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그리고 땀이 이마에서 얼어붙었다. 땀이 철모 밑으로 흘러내렸다. 한숨 소리 때문이었다, 무엇인가의 혹은 누군가의, 눈은그 소리를 가만히 숨겨두고 있었다. 그 때문에 땀이 이마에서 얼어붙었다. 귀에 들리는 공포가 너무 커서. 한숨 소리 때문에. - P13

그의 뒤에서 딜빛 우울한 거리가 다시 돌 같은 고독 속으로 적막하게 가라앉았다. 창문들은 희뿌연 우윳빛 입김을 불어넣은 유리를 끼운 듯 파충류의 눈처럼 죽어 보였다. 커튼이, 잠에 겨워 몰래 숨 쉬는 눈꺼풀같이 바람에 가만히 흔들렸다. 이리저리 흔들거렸다.
하얗고 부드럽게 흔들거리며 그의 뒤에서 애처롭게 손을 혼들었다. - P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